전문가 칼럼Legal Insights
재건축 공공기여,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의 대가로 재건축 단지 내에 공원, 공공보행통로, 업무시설 등을 조성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공공기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눈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준공 후 해당 시설의 운영을 둘러싸고 입주민과 외부인, 혹은 입주민과 지자체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외부인의 출입으로 인한 보안 문제,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 공간 확보 경쟁, 공용 설비(상하수도·전기 등)의 관리비 부담 주체를 둘러싼 분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갈등의 핵심에는 ‘사업시행자가 인허가 조건으로 부담한 공공개방 의무 등이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한 입주자들에게도 그대로 승계되는가’라는 법률적 쟁점이 자리 잡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공공성 확보를 약속하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정작 실입주자들은 사유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은 공공보행통로 내 ‘담장 설치’ 또는 ‘입주민 전용 출입문’ 설치 불허 처분에 불복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제기한 소송에서 입주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당시 부과된 ‘담장 설치 지양’이나 ‘공공보행통로 확보’ 같은 의무는 원칙적으로 인가 상대방인 사업시행자만 부담하는 ‘공의무(公義務)’라고 전제했다. 나아가 법치행정 원칙상 이러한 공의무를 제3자인 입주자에게 승계시키려면 명시적인 법률 규정이 필요한데, 현행법상 구분소유자들이 해당 공의무를 특정승계한다고 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준공 후 사업시행자의 의무가 입주자들에게 당연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서울행정법원 2024. 8. 22. 선고 2023구합1439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1. 16. 선고 2024구합90726 판결 참조).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단지 내 공공기여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기부채납 시설이 건축물대장상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으로 등재되어 있거나, 구조적·기능적으로 아파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원칙적으로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며, 각 공유자는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권리가 있다(「집합건물법」 제10조, 제11조). 따라서 입주민이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차단하는 등 시설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려 할 경우, 이는 해당 시설의 소유권을 지닌 공공(지방자치단체)의 정당한 사용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새로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시행자와 인허가 관청이 설계 단계부터 공공기여시설과 공동주택의 동선, 주차 공간, 설비 계통을 물리적·기능적으로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다만 부지가 협소하거나 주상복합아파트처럼 물리적 분리가 어려운 경우에는 분양안내서, 분양계약서 및 최초 관리규약에 공공기여시설의 운영 주체, 비용 부담 원칙, 이용 규칙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수분양자가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계약을 체결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의 책임 있는 행정 태도도 시급하다. 지자체는 기부채납을 단순한 용적률 인센티브의 반대급부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준공 후 발생하는 시설 유지·관리 비용의 일부를 예산으로 지원하거나 구체적인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분쟁이 발생한 단지라면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단집회 결의를 통해 관리규약을 개정하고, 공공기여시설의 구체적인 이용 규칙과 비용 분담 기준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적법하게 성립한 관리규약은 구분소유자의 특별승계인에게도 효력이 미치므로(집합건물법 제42조), 장기적인 분쟁 해결의 든든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공공기여는 단순한 혜택의 대가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아파트 단지가 상생하기 위한 약속이다. 권리와 의무의 경계가 모호한 공공기여는 갈등만 낳을 뿐이다. 공공성 확보라는 지향점과 입주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현실 사이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절충점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공공기여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살려 지속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