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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7

확정분담금 약정의 효력을 이유로 분담금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가부

1. 서설=최근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사건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분담금 반환을 구한 조합원들의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연이어 선고하고 있다.

특히, 사업 실패를 우려하는 조합원들에게 일정 기한 내 조합설립인가 또는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환불을 보장하는 이른바 ‘안심보장약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업 실패의 가능성이 사실상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심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 전체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설시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대법원은 조합원들의 분담금 반환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면서 지역주택조합의 분쟁에 관한 법리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하였다. 당 법무법인이 직접 수행하여 안심보장약정 뿐만 아니라 ‘확정분담금약정’에 대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의미 있는 판단을 이끌어낸 사례로서, 그 판례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피고는 경기도 평택시 화양리 일대에서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으로 2018.4.23.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원고들(원고 A, B 포함 13인)은 2016.7.부터 2021.2. 사이 피고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들로 각 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원고들 중 원고 A 등 9명에 대하여는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에 정한 확정분담금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확정분담금약정’의 확인서를, 나머지 원고 B 등 4명에 대하여는 조합설립 및 사업이 무산될 시 납부한 계약금을 전액 반환한다는 ‘환불보장약정’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피고는 2022.7.29. 사업계획을 승인받았고 2022.9.30. 임시총회 안건으로 조합원별 약 10% 가량의 분담금을 증액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여 위 안건이 가결되었으며, 그 후 2022.12.22.경 착공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원고들은 그 후인 2023.1.30.경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의 확정분담금약정 및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무효임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이 전부 무효이고, 이에 따라 납입한 분담금 전액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6.4.2. 선고 2025다219669 판결)=원심은 확정분담금약정 및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며, 그에 따라 조합가입계약 역시 무효라고 판시하였고, 원고들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확정분담금약정 및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임을 내새워 분담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①환불보장 약정이 무효가 되어 환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의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조합원이 환불보장 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동안 환불보장 약정에서 환불의 소극적 조건으로 삼은 절차가 결국 이행되어 환불보장 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더 나아가 주택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 없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후 조합원이 환불보장 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환불보장 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25.9.25. 선고 2025다213846 판결 등 참조).

또한, 확정분담금 약정이 무효가 되어 이와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로 되었더라도 확정분담금 약정의 체결 경위와 그 내용, 확정분담금 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주장의 경위와 시기 등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로 인하여 분담금의 반환이 이루어지면 지역주택조합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이 야기되어 주택건설사업에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지역주택조합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는 반면,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는 조합원으로서는 주택건설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조합가입계약과 확정분담금 약정에서 목적한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확정분 담금 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일탈하여 오로지 조합가입계약에서 벗어날 목적으로 확정분담금 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25.9.26. 선고 2025다 207883 판결 참조).

②이 사건 환불보장 약정의 주된 목적은 피고로 하여금 조속히 조합설립인가와 사업계획승인 등을 받게 하여 이 사건 사업의 제반 절차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인데, 피고는 2018.4.23.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22.7.29. 사업 계획승인을 받은 후 2022.12.22. 착공신고를 마치고 2026.4.경 준공을 앞두고 있는 등 주택건설사업을 절차대로 추진하고 있으며 피고가 이 사건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거나 위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피고에 대한 조합설립인가 및 사업계획승인, 착공신고 등이 이루어지고,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원고 B 등 4명이 이 사건 환불보장 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은 이상, 피고로서는 위 원고들이 이 사건 환불보장 약정의 효력 유무에 관계없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③확정분담금 약정은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에 정한 확정분담금 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인데, 위와 같이 사업이 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어 2026.4.경 준공을 앞두고 있는 이상, 원고 A 등 9명은 특별한 장애사유가 없는 한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 취득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2022.9.30. 피고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분담금이 일부 증액되었다 하더라도 지역주택사업의 특성, 증액된 분담금의 비율 및 액수, 결의가 이루어진 시기 등에 비추어 원고 A 등 9명이 목적 달성을 포기하면서 분담금을 회수해야 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④반면에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 및 환불보장 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무효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피고로서는 원고들을 포함한 일 부 조합원들로부터 이미 납입받은 분담금 등을 반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비용으로 사용할 것이 예정된 나머지 분담금을 납입받지 못하게 되므로, 피고의 재정적 위기가 심화되고 주택건설사업의 실패가능성도 커진다. 주택건설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 자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되고, 만약 원고들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피고에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⑤특히, 주택법령에 따라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 원고들은 사업계획승인일로부터 약 6개월이 경과한 후인 2023.1.30.에야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실질적인 기회마저 갖지 못하였다.

⑥결국 원고들의 조합가입계약 무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분담금을 반환하고 미납 분담금의 납입은 구할 수 없다고 본다면, 원고들은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는 반면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그로 인한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4. 대상 판결의 의의=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천명한 것으로서 모든 법률관계의 당사자에게 적용되는 대원칙이다. 다만,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추상적 규범임을 고려하여, 이를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그 적용에 있어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지역주택조합 사건에서는 조합가입계약의 무효·취소 주장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여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는 대법원의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 다수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결합된 지역주택조합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권리행사의 목적과 취지를 일탈하여 오직 조합 사업을 이탈할 수단으로써 계약 체결 당시의 약정을 문제 삼는 주장은 허용되어서는 안될 것이고, 이러한 견지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합리적이고 정당하다고 평가된다.

대상판결은 사업 목적 달성이 상당한 정도로 예정된 상황에서 목적 달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분담금을 회수해야 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여, 환불보장약정 뿐만 아니라 확정분담금약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가 축적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사업계획승인 여부 및 사업의 진행 경과, 소를 제기하기까지 경과된 시간이나 선행행위로 인하여 조합 측에 공여된 신뢰 존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각건대 환불보장약정 또는 확정분담금약정은 사업의 실패나 사업 손실을 보완하기 위한 약정인 만큼, 사업의 완성이 가까워질수록 약정 무효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는 감소하는 반면, 원고들의 주장을 허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조합원의 연쇄적 이탈을 초래하고, 이미 투입된 비용을 고려할 때 사회적·경제적 손실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정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판시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반복되면서 본 쟁점에 관한 법리는 상당 부분 확립된 것으로 보이고, 사건이 누적됨에 따라 그 판단 기준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당 법무법인에서 수행 중인 다수의 지역주택조합 사건에서도 유사한 쟁점이 문제되고 있는 바, 대상판결에서 제시된 법리를 토대로 보다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정립하고, 이를 실무에 적용함으로써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