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Legal Insights

2026-05-15

조합가입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조합을 탈퇴하고자 한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1. 서설=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를 대상으로 ‘환불보장약정’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하는 경우가 있다. 지역주택조합마다 그 환불보장약정의 내용은 다르겠으나, 대개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라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문제는 이러한 환불보장약정이 총유물의 처분 행위에 해당하여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환불보장약정이 민법 제276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로 될 수 있고, 민법 제137조에 따라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동안 환불의 소극적 조건으로 삼은 절차가 결국 이행되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더 나아가 주택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 없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을 근거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연이어 선고하고 있다. 최근 당 법무법인이 직접 수행한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위와 같은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해당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피고는 울산광역시에서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원고는 2016.8.19. 피고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로부터 ‘사업 추진 중 토지관련 문제나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못하여 사업이 무산될 경우 조합원 가입자가 납입한 계약금과 업무추진용역비 전액을 반환할 것을 약속합니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이하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았다.

그 후 피고는 2017.1.25.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2017.8.17. 관할관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21.3.23. 주택법 제15조에 따른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원고는 2021.9.27. 분담금 중 일부인 토지취득세 341만원을 납부하였고 2022.6.26. 피고에게 개인 사정을 이유로 조합에서 탈퇴하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등에 따라 이미 납부한 1차 계약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만 환불받겠다는 취지의 탈퇴 의향서를 제출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26.4.30. 선고 2025다213504 판결)=원심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고,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라며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①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신축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목적은 피고로 하여금 조속히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게 하여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피고는 2017.8.17.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21.3.23. 사업계획승인을 받음으로써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은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확정되었다. 이처럼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주택건설사업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고 달리 그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 당시 존재하였던 사업 무산의 위험은 소멸하였다.

③원고는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확정된 이후 피고에게 2021.9.27. 토지취득세를 납부하고 2022.6.26.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납부한 1차 계약금 등에 대한 환불을 포기하고 조합을 탈퇴하고자 한다는 의향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로서는 이러한 원고의 행위를 통하여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기를 원하거나 적어도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이미 납부한 1차 계약금 등에 대한 환불은 포기한다고 신뢰하여 이를 바탕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④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만약 원고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피고에게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주택법 제11조의3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22조제3항, 제1항 본문), 원고는 사업계획승인 이후로 약 3년이 경과한 2024.3.21.에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기회마저 갖지 못하였다.

⑤원고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무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에게 분담금 전액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본다면 원고는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는 반면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의 분담금 회수 등에 따른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4. 대상 판결의 의의=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내용상, 조합설립인가 신청일이 언제인지는 명확하나 ‘토지관련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과연 언제인가’에 관하여 하급심 재판들에서 다툼이 있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목적을 피고로 하여금 ‘조속히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게 하여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피고가 2021.3.23. 사업계획승인을 받음으로써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조건 중 ‘토지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원심은 원고가 2021.9.27. 토지취득세를 납부한 것 이후에 특별히 조합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거나 권리를 행사한 바 없다는 취지로 피고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바 있으나 대법원은 ①원고가 사업계획승인일 이후인 2021.9.27. 토지취득세를 납부한 점 ②원고가 2022.6.26. 조합가입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납부한 1차 계약금 등에 대한 환불을 포기하고 조합을 탈퇴하고자 한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피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환불조건이 불성취로 확정된 이후에 분담금 납부나 의결권 행사 등과 같은 방식으로 조합원의 의무를 이행하거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조합에서 탈퇴하고자 하면서 조합규약 및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환불금을 지급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면 이에 대하여도 해당 조합원의 행위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