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Legal Insights
철거 예정 주택의 세금 부과 문제
1. 문제의 소재=최근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A재건축조합과 같은 사례는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A조합은 사업부지 내 조합원들의 이주를 모두 완료하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주택들은 모두 비어 있고, 전기와 수도도 끊겨 사실상 폐가 상태다. 그런데 관할 구청에서 이 빈집들에 대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했다. 소유자들은 사람이 살지도 않는 건물에 세금을 내는 것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철거 예정 주택의 세금 부과 문제는 세법상 ‘주택’의 판단 기준이 우리의 일반적인 법감정과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2. 과세대상으로서 주택의 판단 기준=세법상 주택은 사람이 실제 거주하는지 여부보다는 지붕, 기둥, 벽 등 주거에 필요한 최소한의 구조와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한다. 조세심판원은 “재개발 구역에서 출입문·창호 일부 훼손 등 철거 준비가 있어도 건축물대장상 주택 등재 및 주택 구조·외형 유지가 확인되면 주택으로 보아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조심2022지1485). 즉, 거주자가 없고 단전·단수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통념상 건물 구조가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어 그 재산적 가치를 전부 상실한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3. 판례의 동향=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6월 1일을 과세기준일로 하여, 그날 현재의 부동산 현황에 따라 과세 여부가 결정된다(지방세법 제114조, 종합부동산세법 제3조 등 참조). 따라서 과세기준일 현재 주택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면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지방세법은 예외적으로 ‘해당 연도에 철거하기로 계획이 확정된 건축물’로서 과세기준일 현재 철거명령을 받았거나 철거보상계약이 체결된 경우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 ‘철거보상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많았는데, 최근 의정부지방법원은 “재개발조합이 현금청산 절차로 취득한 주택들에 관하여 과세기준일 당시 일부가 물리적으로 남아 있어도 해당 연도 철거 계획이 확정되고, 조합의 보상금 지급·공탁 등은 철거보상계약 성격을 포함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25.3.25. 선고 2023구합13529 판결).
이 판결은 정비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조합이 현금청산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에 실질적으로 철거 및 이주에 대한 보상 성격이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서울고등법원의 판례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왔다. 임차인 퇴거 및 단전·단수, 철거허가 신청만으로는 과세기준일 현재 철거계획이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종합부동산세 부과 처분을 적법하게 본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24.8.23. 선고 2023누69604 판결). 위 판결은 행정안전부 지침(2018.2.1.)을 인용하며, 해당 지침의 취지는 재개발·재건축 구역 내 주택의 재산적 가치 등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실상 철거·멸실된 날’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일반 주택과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판결이 엇갈리는 이유는 ‘철거계획 확정’의 시점과 정도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고 기존 거주자를 이주 시키고 철거하는 일련의 절차 중에 세금이 부과되는데 그 시점을 정확히 짚어내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4. 결론 및 실무상 시사점=법원은 단순히 이주가 완료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관리처분계획의 변경 고시나 실제 철거 착수 등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철거 예정 주택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단전·단수된 빈집’이라는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과세관청과 법원을 설득하기 위한 치밀하고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련 판례들에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재산세 비과세 요건인 ‘철거 계획 확정’을 입증하기 위해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문, 철거 공사 계약서, 철거 신고필증, 이주 완료 확인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앞서 소개한 서울고등법원 사례의 경우 시행자가 관할청에 건물 해체허가신청을 하였으나 수차례 재심의를 거치면서 해체허가가 지연됨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 사안이었으므로 사업시행자로서는 다소 억울한 면도 있었는데, 정비사업에서도 이주가 완료되었더라도 해체 심의 등 행정절차 지연이라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대비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과세 위험을 최소화하고 사업비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사후적인 불복 절차에 기댈 것이 아니라 사전에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과세기준일 이전에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