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Legal Insights

2026-07-03

기존 용역계약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새로 입찰절차를 거쳐야 할까

1. 문제의 소재

도시정비법 제29조 제1항에서는 공사ㆍ용역ㆍ물품구매 및 제조 등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부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일반경쟁입찰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비사업을 진행하다보면 각종 심의를 거치면서 일부 인ㆍ허가 사항이 변경되고 이에 수반되는 새로운 용역업무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그때마다 새로운 용역업무에 대해 경쟁입찰절차를 거쳐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경쟁입찰절차 없이 기존업체와 변경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기존업체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도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에 처해지고(동법 제136조 제1호) 처벌수위에 따라서는 임원 직위를 상실할 수도 있다보니 이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2. 최근 판례의 흐름

최초 용역계약에 관하여 입찰절차를 거쳐 정상적인 업체를 선정하였고, 최초 용역계약서에 계약의 변경, 정산 등의 규정을 두고 있어 어느 정도 변경을 예정하고 있거나 새로운 용역업무가 추가될 가능성이 언급되어 있다면, 기존 업체와 변경계약을 체결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경쟁입찰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 추세이다. 즉, 경쟁입찰절차 없이 기존업체와 변경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기존업체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도 적법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사안에서도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안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1. 선고 2025고정2238 판결 참조).

그 주요한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도시정비법 제29조 제1항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에 처해지고 있으므로 형사처벌을 위한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②도시정비법 제29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등 규정에 따르더라도 명시적으로 ‘이미 체결된 기존 계약의 변경’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법령의 취지를 변경계약에까지 확대하는 경우 처벌규정이 무한정 확대될 수 있고 위 규정이 당초 계약서에서 변경계약의 체결을 용인하고 있고 그것이 당초 계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우까지 별도로 경쟁입찰을 취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 ③이러한 경우 조합 임원이 조합원의 이익을 배신하는 방식으로 변경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으나 이는 조합원 총회 의결을 받아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방식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3. 실무상 유의할 점

통상적으로 인허가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추가 업무가 발생하여 기존의 당초계약 대비 업무의 범위 내지 업무에 따른 대가(용역비)가 확장되는 경우에 주로 문제가 되지만 기존 용역계약과 변경된 계약 사이에 어느정도 불가분성(不可分)이 존재해야 한다. 어느정도가 되어야 서로 불가분성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해진 기준은 없겠으나, 적어도 앞서 살펴본 기준에는 부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 용역계약과 변경계약의 업무내용이 각자 독자적이고 개별적인 계약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거나, 기존 용역업체가 새로운 용역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자격 내지 능력을 갖추지 않아 수행을 위해 제3자와 별도 용역계약을 체결하여야 하거나 기존 계약상의 용역범위에 새로운 용역업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위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는 변경계약이 도시정비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새로운 입찰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총회 의결까지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추가적인 용역비가 발생하는 부분은 당시 예산으로 정한 범위를 넘어가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피어 예산의 범위를 넘는다면 이에 관한 추가적인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4. 결어

개정된 도시정비법이 용역계약을 체결하는데 전면적으로 일반경쟁입찰을 거치도록 규정한 것은 용역업체 선정 절차의 투명성ㆍ공정성 제고, 이를 통한 조합원 간 분쟁 예방, 도시환경 개선 질적 향상과 같은 순기능도 있지만, 기존 용역계약과 동일성 내지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새로운 용역업무에 대하여도 반드시 일반경쟁입찰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까지 용역업무가 정지됨에 따라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한 용역업무의 연속성 단절 등으로 오히려 다수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양자간에 적정한 이익형량이 필요하므로 최근 판례의 판시는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일선 현장에서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향후 돌발변수의 발생에 따른 변경을 염두에 두고 관련 내용을 반드시 계약 내용에 추가하고 추가용역 발생 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검토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비사업 특성상 이를 이유로 고소 고발이 펼쳐질 수 있는데, 이에 관한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조력을 받음으로써 이를 적절히 방어하여 향후 법률리스크에 대비하여야 한다.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