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Legal Insights
재건축 미동의자에 대한 분양신청 및 동의 기한 통지의무의 법적 한계와 시사점
재건축 정비사업을 이끄는 조합 집행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사업의 신속성을 확보하면서도 절차적 위법성 시비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입니다. 특히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채 정비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미동의자’들과의 법적 분쟁은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가장 폭발력 높은 뇌관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러한 미동의자들이 제기하는 절차적 하자를 우려하여 과도한 행정력을 낭비하거나, 반대로 정당한 권리 주장인 줄 착각하여 사업 일정 전체를 지연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부에서 선고된 2025구합55480 관리처분계획 일부무효확인 등 사건은 조합 집행부가 분양공고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미동의자 관련 리스크의 경계를 명쾌하게 정리해 준 기념비적인 판결입니다. 본 칼럼에서는 이 판결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핵심 요지를 깊이 있게 짚어보고, 이를 통해 조합 집행부가 향후 실무 현장에서 참고해야 할 거시적·미시적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합니다.
이 사건의 원고들은 피고 조합의 설립 당시에 끝내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미동의자들로, 조합이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제기한 매도청구소송의 상대방이 되어 소송을 진행 중이던 상태였습니다. 이후 조합이 정당한 행정 절차를 밟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거치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분양신청 통지 및 일간신문 공고를 진행하는 긴 시간 동안에도 원고들은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다 분양신청기간이 완전히 종료되고 이를 기초로 수립된 관리처분계획 총회까지 모두 마친 시점에 이르러서야 원고들은 뒤늦게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며 자신들에게도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조합이 당연히 자신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현금청산대상자로 분류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자, 원고들은 해당 관리처분계획이 절차적 하자로 가득 찬 위법한 처분이라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이 내세운 논리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도시정비법 제72조제1항 및 조합 정관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분양신청 절차를 ‘토지등소유자’에게 통지해야 하므로, 미동의자라 할지라도 구역 내에 땅과 건물을 가진 소유자인 자신들에게 개별적인 분양신청 통지를 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둘째, 조합 정관상 미동의자도 분양신청 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구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조합이 미동의자들에게 이 조합설립동의서 제출기한을 별도로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절차적 가입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정비사업의 구조적 특성과 법리에 기초하여 조합 집행부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과 조합 정관에서 명시한 분양신청 통지의 대상인 ‘토지등소유자’의 범위를 재건축사업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여 ‘조합원인 토지등소유자’로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재개발사업과 달리 강제가입제를 취하지 않고 오직 동의한 자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사적 자치 기반의 재건축사업 구조상 미동의자는 조합의 구성원이 아니므로 권리변환 내지 분배 절차인 분양신청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비판적 안목을 제시한 것입니다. 따라서 애초에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아 분양신청 자격 자체가 없는 자에게까지 개별적인 분양신청 통지를 배달할 법적 의무는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미동의자가 분양신청 통지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통지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분양신청기한 내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 조합원 지위를 먼저 취득했어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미동의자에 대한 조합설립동의 기한 고지의무의 존부에 대해서도 단호하고도 명밀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재건축 조합의 정관에 미동의자가 분양신청기한까지 동의서를 제출해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추가적인 기회 제공 조항이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조항이 조합에게 미동의자 개별인에게 동의서 제출기한을 친절히 따로 통지해야 할 새로운 실체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유추 해석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오히려 미동의자들은 이미 조합이 제기한 매도청구소송의 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음으로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객관적 상태였고, 도시정비법에 따라 일간신문에 분양신청기간 등이 적법하게 공고되었으므로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사회통념상 충분히 제공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분양신청기간 내에 동의서를 제출하지도, 분양신청을 완료하지도 않은 미동의자를 현금청산대상자로 분류한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은 지극히 적법하며, 이들은 분양신청기간 경과라는 종국적 사유로 인해 조합원 자격을 확정적으로 상실했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결론입니다.
이번 판결은 매일같이 규제와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조합 집행부에게 실무상 매우 값진 확신과 이론적 무기를 제공합니다. 간혹 일선 현장에서는 미동의자들의 딴지걸기식 소송이나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행정심판을 과도하게 우려하여 불필요하게 미동의자들에게까지 분양신청 안내문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며 막대한 비용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미동의자가 뒤늦게 분양신청기간 종료 후 가입을 요구할 때 집행부가 법적 기준을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전체 조합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양보를 하기도 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과 현장의 혼선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어주었습니다. 조합이 법과 정관이 정한 공고 절차를 성실히 이행했다면 미동의자에 대한 개별적인 ‘과잉 행정’이나 친절한 안내 절차는 의무가 아님을 법리적으로 완벽히 뒷받침해 준 것입니다. 이로써 집행부로서는 미동의자들의 막연하고 주관적인 절차적 흠결 주장에 휘둘릴 필요 없이, 적법하게 분양공고를 내고 기한 내 동의서를 제출하여 사업을 지지해 준 대다수 정당한 조합원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면 된다는 확고한 행동 기준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아전인수격으로 잘못 해석하여 조합이 행해야 할 기본적인 법정 공고 절차마저 소홀히 하거나 대충 넘어가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결코 안 됩니다. 법원이 미동의자의 청구를 과감하게 기각할 수 있었던 법리적 기저에는, 피고 조합이 도시정비법 제72조제1항에 따라 분양신청기간과 내용 등을 일간신문에 명확히 공고하여 법이 요구하는 일반적인 대외적 고지의무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다했다는 사실관계가 단단하게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합이 일간신문 공고 과정에서 법정 기한을 어겼거나 기재사항을 누락하는 등 작은 흠결이라도 보였다면, 재판부의 판단 방향은 완전히 반대로 뒤집혀 관리처분계획 전체가 취소되는 파국을 맞이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판결의 진정한 교훈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최소한의 의무를 얼마나 완벽하고 철저하게 이행해야 하는지 그 엄숙함을 깨닫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조합 집행부는 향후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가 이루어지면, 법정 기한 내에 관내에서 발행되는 유력 일간신문과 정당한 공고 매체를 통해 분양공고를 누락 없이 시행하는 기본 중의 기본에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정관에 명시된 미동의자의 조합 가입 기한과 절차적 요건을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다시 한번 정밀하게 점검하고, 매도청구소송의 소장 송달 내역, 일간신문 스크랩, 조합원 개별 통지 발송 영수증 등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지표들을 체계적으로 채증하고 보관하는 디지털 행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정비사업은 흔히 ‘법이 시작해서 법으로 끝나는 전쟁’이라고 불립니다. 미동의자들의 악의적이거나 뒤늦은 소송 공세를 무력화하고 조합원들의 소중한 재산과 분담금을 안전하게 지켜내며 사업을 승리로 이끄는 유일한 지름길은 오직 법률과 정관의 테두리 안에서 원칙과 기본에 철저히 입각한 명확하고 투명한 행정을 집행하는 것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