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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상가 대표자의 선임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에서는 아파트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상가 소유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상가협의체’가 구성되는데, 재건축 조합과의 협상을 담당할 대표자의 선임 절차를 둘러싼 분쟁도 적지 않다. 이에 상가협의체의 법적 성격과 대표자 선임과 관련된 판례의 태도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상가협의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한 법정 단체가 아니라 상가 소유자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임의단체이다. 판례는 단체가 일정한 목적과 규약을 갖추고 대표자 등 집행기관을 두며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구성원의 변경과 관계없이 단체 자체가 존속하는 등 조직의 주요 사항이 확정되어 있다면 이를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9.4.23. 선고 99다4504 판결).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상가협의체 역시 상가 독립정산이라는 공동 목적을 위하여 조직된 비법인사단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그 운영과 대표자 선임에는 사법상의 단체법리가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비법인사단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는 조직행위가 필요하다. 단순히 목적, 명칭, 사무소, 대표자를 형식적으로 정해 두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성원의 특정, 규약의 존재, 총회의 운영, 재산 관리 구조 등 단체로서의 실질적인 조직이 갖추어져야 한다.
법원 역시 회원 가입 절차가 없어 구성원을 특정할 수 없고 유효한 규약이 존재하지 않으며, 규약에 기초한 의사결정기관의 구성이나 대표자 선임과 같은 조직행위가 이루어진 사실이 없는 경우에는 비법인사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1.1.20. 선고 2020나2014107, 2020나2014114 판결). 결국 상가협의체가 법적 실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약과 조직구조를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표자 선임 절차 역시 중요한 법적 쟁점이다. 비법인사단의 대표자 선임은 원칙적으로 해당 단체의 규약이나 정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단체법리에 따른다.
법원은 공동주택법이 적용되지 않는 입주자대표회의 사례에서 대표자 선임을 위한 회의는 소집권자가 구성원 전체에게 회의 개최 사실과 안건을 알린 후 개최되어야 하며, 단순히 선거 공고문을 부착한 것만으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3.6.15. 선고 2022가합50392 판결).
또한 문중의 경우에도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성년 종원 전원에게 참석 기회를 부여하고 과반수 출석과 다수결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결의는 무효로 본 사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1966.5.18. 선고 65나1099 판결).
이러한 법리를 상가협의체에 적용하면 대표자 선임을 위해서는 모든 상가 소유자에게 총회 개최 사실을 알리고 참석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상가 소유자 과반수의 출석으로 총회를 개의하고 출석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대표자를 선임하는 방식이 원칙이 될 것이다.
대표자 선임 절차가 중요한 이유는 협의체 대표자가 재건축 조합과 체결하는 상가 독립정산 협약 등이 상가 소유자 전체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표자 선임 과정에 하자가 있는 경우 대표권 자체가 부정될 수 있고, 그 결과 협상 결과의 효력에도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상가 재건축협의회 대표자가 조합과 협약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해당 대표자들이 상가 소유자 전체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수원지방법원 2018.6.21. 선고 2017구합69725 판결).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 소유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 협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가협의체의 구성과 대표자 선임 단계에서부터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협의체는 대표자 선임 방법, 의결정족수, 총회 소집 절차 등을 규약으로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재건축 조합도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상가 협의체 대표자가 적법한 대표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여 기나긴 협의가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