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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2

저작권법으로 세상 읽기 : 챌린지는 뜨겁지만, 안무가의 권리는 차갑다

챌린지는 뜨겁지만, 안무가의 권리는 차갑다
- K-Pop 안무저작권의 현실과 과제



Ⅰ. 들어가며

K-Pop 안무를 즐기는 대중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시작된 댄스 서바이벌은 <스트릿 맨 파이터>,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후속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며 시청층을 해외로까지 넓혔다. SNS에서 포인트 안무를 따라 추는 챌린지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행위 또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안무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함께 커졌다. 안무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정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안무 산업 현장에서 실무적으로 문제가 되는 쟁점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안무가의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안무저작권의 현실적인 한계


1. 계약서를 둘러싼 문제

안무가 대부분은 기획사, 방송사, 광고주 등으로부터 안무 제작을 의뢰받아 이를 발주처에 제공하는 형태로 일한다. 법적으로 보면 일종의 ‘용역 계약’이다. 그런데 이 용역 계약을 둘러싸고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가. 계약서 작성 여부와 작성 시기

먼저 계약서 자체가 작성되지 않거나, 작성되더라도 안무 창작 및 납품 이후에야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한국안무저작권협회 및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국내 안무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약 40%의 안무가가 계약서 없이 일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1),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안무 납품 이후 작성한 비율이 80%를 상회했다.2)

계약서가 없으면 보수, 사용범위, 권리 귀속 등 계약 조건이 불분명해진다.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안무가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도 어렵다. 사후계약 역시 문제다. 이미 안무가 완성된 뒤이기 때문에 가치 평가가 결과 중심으로 흘러가기 쉽고, 안무가는 발주처가 제시하는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즉, 무계약은 권리의 존재 자체를 다투게 만들고, 사후계약은 권리를 합법적으로 빼앗기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용역을 수행하기 전에 반드시 계약 조건을 합의하고 이를 계약서에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사후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보수, 사용범위, 권리 귀속 등 핵심 조건만큼은 사전에 협의했다는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나. 불공정한 계약 내용

더 큰 문제는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안무 용역 계약서에 ‘저작권의 포괄적 양도’, ‘성명표시권 포기’와 같은 안무가에게 일방적으로 불공정한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안무 분야 계약 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안무 용역 계약서에는, “납품된 결과물(안무)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 일체의 저작권과 소유권은 전적으로 발주처에 귀속한다”, “안무가는 저작권 일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3) 되었다.

그러나 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인 권리, 즉, 원저작권자에게만 귀속되며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성질의 권리다. 따라서 위와 같은 계약 조항은 안무가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판례가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동영상 등을 제작한 원고가 방송사인 피고와 체결한 계약서에 “일체의 저작권이 피고에게 귀속된다”라는 조항이 들어 있었는데, 원고는 이 조항이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조항 및 원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민법 제103조4)와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5)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한 사건이다. 법원은, ▲ 저작권 포기 대가를 포함한 보수가 과도하게 적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 계약 체결 과정에서 강요 또는 강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 저작권자가 일체의 저작권을 포기하고 계약금을 받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는 점, ▲ 방송사로서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후속 작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들며, 위 조항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6)한 바 있다.

다만 위 판례 역시 저작인격권은 양도될 수 없는 일신전속적 권리임을 명시하여, “일체의 저작권이 피고에게 귀속된다”라는 내용을 ‘저작재산권 양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선해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언상 ‘일체의 저작권’은 저작인격권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에 따라 계약 당사자인 안무가가 저작인격권에 포함되는 권리까지 본인이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오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일체의 저작권’이라는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저작인격권을 포기한다” 또는 “행사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명시된 계약서도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은 법률상 무효일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저작재산권의 포괄적 양도’ 조항 역시 안무가의 정당한 보상에 큰 제약이 된다. 이 조항이 있으면 발주처가 이후 해당 안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수익을 크게 창출하더라도 안무가는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안무가 이주선),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Hey MaMa’ 안무(안무가 노제), 제니의 ‘Like Jennie’ 안무(안무가 위댐보이즈)처럼 안무 자체가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들도, 만약 계약서에 이러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안무가는 후속 수익에서 철저히 배제되었을 것이다.

한편 성명표시권의 경우, 저작인격권에 포함되는 권리이므로 앞서 본 것처럼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성명표시권을 포기한다”라거나 “발주처는 안무가의 성명표시 없이 이용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조항이 계약서에 흔히 들어 있다. 그러나 성명표시권은 안무가들이 본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출발점이자, 안무 콘텐츠의 출처와 창작자를 대중에게 알리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실제 법원도 발주처가 저작권자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사안에서는 성명표시권 침해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안무 용역 계약서에 성명표시권의 포기·제한을 정한 조항이 있다면 삭제 또는 시정되어야 한다.


다. 협상력의 구조적 부족

계약 체결 과정에서 안무가의 협상력이 현저히 낮다는 점 역시 구조적인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특히 발주처가 대형 기획사인 경우, 자사에 유리하게 만들어 둔 정형화된 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안무가가 개별 조항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지는 거의 없다.

여기에 더해, 계약 조건에 이의를 제기하면 향후 업계에서 일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까지 작용한다. 결국 안무가는 부당한 조항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은 개별 안무가의 협상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후술하는 표준계약서의 보급과 안무가 단체를 통한 집단적 대응이 함께 이루어져야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


2. 창작 과정에 대한 기록 미비

안무 창작 과정에서 누가 어느 부분을 얼마만큼 기여했는지에 관한 기록을 명확하게 남겨두지 않는 관행 또한 안무가의 권리 보호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따라서 누가 그 안무를 창작했는지, 공동창작이라면 각자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였는지가 이후 권리 행사와 보상 분배의 기본 전제가 된다. 그런데 실제 안무 창작 현장은 메인 안무가, 어시스턴트 안무가, 퍼포먼스 디렉터7), 참여 댄서 등 다수의 인원이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안무를 완성해 나가는 협업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각 참여자의 구체적 기여도를 사후에 구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작 과정에 관한 기록이 별도로 남겨져 있지 않다면, 추후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자신의 기여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공동 안무 창작의 경우, 누가 어느 부분을 창작했고 참여 비율이 어떠했는지에 관한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사후적으로 재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안무가들은 창작 단계의 영상 자료, 회의록, 메모,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통해 누가, 언제, 어떤 부분을 창작하였는지에 관한 기록을 일상적으로 남겨두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공동창작이 예정된 작업이라면, 가급적 창작 과정 중 또는 직후에 각 참여자의 역할과 기여 비율, 권리 분배 방식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서면화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Ⅲ. 개선 과제


1. 발주처의 인식 개선

안무저작권의 실효적 보호를 위해서는 기획사를 비롯한 발주처의 인식 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 발주처 측에서는 안무가의 저작권 보호가 강화될 경우 기획사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안무 활용에 제약이 생긴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통해 발주처가 누려온 이익은, 본래 안무가에게 정당하게 귀속되었어야 할 권리의 대가를 부당하게 가져간 결과에 가깝다. 따라서 이는 마땅히 개선되어야 할 영역이지 발주처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호되어야 할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기획사 또한 자사 소속 퍼포먼스 디렉터 등을 통해 안무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기여 정도에 따라 발주처 역시 공동저작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안무저작권 보호 체계의 정비는 안무가의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각 참여자가 자신의 기여에 상응하는 권리를 명확하게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나아가 안무가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가 자리 잡으면 우수한 창작자들의 업계 유입이 촉진되고, K-Pop 안무 콘텐츠의 질적 수준 또한 향상된다. 장기적으로는 K-Pop 산업 전반에 이익이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지점이다.


2. 표준계약서 활용 활성화

앞서 살펴본 계약상의 불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표준계약서의 마련과 보급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안무저작권협회 등을 중심으로 안무 분야 표준계약서 제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안무가의 권리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발주처의 정당한 이용을 보장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계약서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표준계약서가 제정되더라도 그 자체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도록 하는 후속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고·유도하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안무가를 대상으로 한 표준계약서의 내용 및 활용 방법에 관한 교육 등이 병행될 때 비로소 표준계약서는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3. 커버댄스, 챌린지 문화와의 균형

한편 안무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K-Pop 확산의 동력이 되어 온 커버댄스 및 챌린지 문화와의 조화를 도모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커버댄스와 SNS 챌린지는 일반 대중이 K-Pop 안무를 접하고 즐기는 대표적인 통로이며, 결과적으로 해당 안무, 음원,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안무저작권 보호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여 일반 팬들의 비상업적 이용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할 경우, 이러한 문화적 확산이 위축되어 K-Pop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안무저작권 보호의 초점은 광고, 방송, 영화, 뮤직비디오, 유료 공연 등 영리적 목적의 이용 영역에 두고, 일반 대중들의 비영리적 향유 및 SNS 공유는 폭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균형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안무저작물의 합리적 이용 범위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영리적 이용과 비영리적 이용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Ⅳ. 마치며

K-Pop 안무는 단순히 곡에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요소가 아니라, K-Pop 콘텐츠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이자 그 자체로 독립된 가치를 지닌 창작물이다. 안무가의 창작 활동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K-Pop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또한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안무가 스스로의 권리 의식 제고와 더불어, 기획사 등 발주처의 인식 개선, 표준계약서의 실효적 보급, 합리적인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 다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본 기고문에서 다룬 실무적 쟁점과 개선 방향에 관한 논의가, 안무저작권 보호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1) 한국안무저작권협회, ‘2024 하계 안무 세미나’ 자료집, 「안무저작권 보호 실태 및 안무저작권 인식현황」

2) 이승희, 이용관, 김예솔, 김가희, 백세희(2025), 안무 분야 계약 실태조사 및 표준계약서 제정 연구, 한국문화체육관광부

3) 이승희, 이용관, 김예솔, 김가희, 백세희(2025), 안무 분야 계약 실태조사 및 표준계약서 제정 연구, 한국문화체육관광부

4)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5)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일반원칙) ①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다.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0. 16. 선고 2019가합42325 판결

7) 통상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으며, 여러 안무가로부터 제출받은 안무 시안을 검토하고, 곡에 적합한 안무를 취사 선택, 조합, 배열, 수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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