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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5

자금 차입의 이율·상환방법을 대의원회에 위임한 총회 의결의 효력과 조합임원의 형사책임

1. 문제의 소재

정비사업조합이 사업 추진을 위해 자금을 차입하려면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차입 자체에 대하여 총회의 승인을 받되, 이자율이나 상환방법 등 구체적인 조건은 총회 안건에서 특정하지 않고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총회 소집의 현실적 어려움, 차입 조건이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점 등이 그 배경이다.

 2. 규범 구조

그런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2호는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헌상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은 하나의 호에 결합되어 있으므로, 차입의 결정뿐 아니라 구체적 조건까지 총회 의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같은 법 제46조 제4항은 대의원회가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시행령에서 자금 차입을 대의원회 대행 제외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3 민사적 효력 - 부분적 위임의 유효성

대법원은 “사전에 총회에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4296 판결).
따라서 총회에서 차입 금액 상한·차입 목적·대출처 유형 등을 특정하고, 이자율 상한이나 상환 기간 범위를 제시한 뒤 그 범위 내에서 세부 조건만을 대의원회에 위임한 경우에는 적법한 총회 의결로 볼 여지가 있다. 반면, 이자율이나 상환방법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 없이 대의원회에 전적으로 일임한 경우에는, 그 위임 부분이 무효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시행령이 자금 차입을 대의원회 대행 제외 사항으로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총회 스스로 대의원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이 규범 취지와 부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 형사적 처벌 가능성 - 구성요건의 정밀한 분석

가. 벌칙 규정의 구조
도시정비법 제137조 제6호는 “제45조에 따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같은 조 제1항 각 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구성요건은 ①제45조에 따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②같은 조 제1항 각 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할 것을 동시에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주목할 점은, 이 규정이 ‘총회 의결의 흠결’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의결 없이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행위’를 처벌한다는 것이다.

나.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총회에서 차입 자체를 의결하였으나 이자율·상환방법을 특정하지 않은 경우, ‘의결을 거쳤다’고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제2호가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을 일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자율 등이 빠진 의결은 제2호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총회가 차입의 필요성과 대강의 규모에 관한 의결을 한 이상, 이를 완전한 무의결 상태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대법원의 ‘개략적 의결’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차입의 목적·금액 범위·조합원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힌 의결을 ‘의결을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특히 형벌 규정의 엄격해석 원칙을 고려하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다. ‘임의로 추진한’
설령 (가) 요소가 충족된다고 보더라도, 나아가 조합임원이 해당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였는지가 별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대법원 역시 이 벌칙 규정의 취지에 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조합 임원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8도14424 판결).
총회에서 자금 차입 자체에 관한 의결을 거쳤고, 이자율·상환방법을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결의를 한 데 그칠 뿐, 아직 실제로 자금을 차입하여 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면, ‘임의로 추진한’ 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총회 결의안의 내용이 법률의 요구에 미흡하다는 것과, 그 미흡한 결의를 기초로 실제 사업을 임의 추진하였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기존 판례에서 유죄가 인정된 사안들은 대부분 총회 의결 없이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자금을 실제로 차입하는 등 ‘임의 추진’ 행위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였다. 반면, 총회에서 차입을 의결하면서 세부 조건만을 대의원회에 위임하였을 뿐 아직 차입이 실행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제137조 제6호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5. 맺음말

이상의 검토를 종합하면, 이자율·상환방법을 대의원회에 위임한 총회 의결은 민사적으로 효력에 하자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이 곧바로 조합임원의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적 하자와 형사적 구성요건 충족은 별개의 문제이며, 후자는 ‘임의로 사업을 추진한’ 행위의 존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법리적 해석이 위임 관행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된다. 자금 차입의 이자율·상환방법은 조합원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항이므로, 총회 단계에서 이자율 상한과 상환 조건의 기본 틀을 구체적으로 의결하고, 대의원회에는 그 범위 내의 세부 집행만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민사적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동시에, 형사적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길이기도 하다.

출처 : 주거환경신문(http://www.r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