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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상가 분양을 하는 경우 효력이 인정될까
1. 서설
지역주택조합이 근린생활시설(상가)에 대해 입주 전 미리 매매(예약)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이는 부동산 경기의 흐름 및 장래 미분양 리스크를 감안한 조합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해당할텐데, 상가 분양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 결의를 받지 않은 채로 매매하는 경우 법적인 하자가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편에서는 상가 매매예약의 효력을 둘러싸고 어떠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
피고 A(이하 ‘피고 조합’)는 인천 연수구에서 공동주택 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9. 9. 24.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이고, 피고 B는 업무대행사, 피고 C는 B의 대표이사, 피고 D는 피고 조합의 종전 조합장이다. 원고는 피고 조합과 사이에 ‘근린생활시설 매매예약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예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회사이다.
이 사건 매매예약은 2020. 1. 30. 체결되었는데, 원고가 피고 조합으로부터 상가를 매입하기 위해 5억 원의 예치금을 지급하고 향후 정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해당 금원은 계약금으로 전환하며, 중도 해지시에는 예치금과 손해배상금(예치금의 50%)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고는 이 사건 매매예약 체결일 다음날인 2020. 1. 31. 피고 조합에 예치금 5억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 조합은 2022. 3. 정기총회를 개최하면서 상가 분양에 관한 안건을 상정하였는데, ‘근린생활시설 처분계획에 관한 건’은 이 사건 매매예약을 추인하는 방식이 아닌 호실별 공개 경쟁입찰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가결되었다.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총회에서 이 사건 매매예약 추인 안건이 부결되어 근린생활시설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원고가 예치한 예치금 5억 원 및 그에 대한 예치일부터의 이자를 반환하겠다’고 통지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매매예약은 피고 조합의 계약 위반으로 해지되었으므로 피고 조합은 계약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원고가 지급한 예치금 5억 원 및 예치금의 5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 2억 5천만 원의 합계액인 7억 5천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나머지 피고 B, C, D는 이 사건 매매예약에 관하여 총회 추인을 받아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원고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법원의 판단 (인천지방법원 2023. 9. 26. 선고 2022가합57274 판결)
주택조합이 주체가 되어 신축 완공한 건물로서 조합원 외의 일반인에게 분양되는 부분은 조합원 전원의 총유에 속하며,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 주택조합의 정관이나 규약에 정한 바가 있으면 이에 따르고 그에 관한 정관이나 규약이 없으면 조합원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며,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행위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52214 판결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매매예약은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근린생활시설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상 이는 직접적으로 피고 조합의 총유물인 이 사건 근린생활시설을 관리‧처분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매매예약의 체결에는 피고 조합 총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① 피고 조합이 이 사건 매매예약 체결 이전에 위 매매예약 체결을 결의하는 내용의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 조합이 이후 총회에서도 이 사건 매매예약을 추인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인 이 사건 매매예약 체결에 대한 총회결의 또는 이를 추인하는 총회결의가 존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매매예약에 대한 총회결의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매매예약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 조합은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가 무효인 이 사건 매매예약에 따라 납부한 예치금 5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위 부당이득금 5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음으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살펴보면, 이 사건 매매예약이 무효인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매매예약 제8조 제3항의 손해배상 약정 또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매매예약 제8조 제3항에 근거한 손해배상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나머지 피고들은 이 사건 매매예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나머지 피고들이 피고 조합의 업무대행사, 위 업무대행사의 대표이사 및 피고 조합의 조합장이라는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 조합이 이 사건 매매예약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거나 이 사건 매매예약을 추인하는 결의를 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검토
민법 제275조,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는 정관이나 규약에 정한 바가 있으면 그에 의하되 정관이나 규약에서 정한 바가 없으면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는 무효에 해당한다.
국토교통부 지역주택조합 표준규약은 제49조 제2항에서 “상가 등 복리시설에 대하여는 조합원 총회 또는 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임의 분양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조합규약들은 위 규정을 그대로 준용하거나 거의 유사한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바, 결국 상가 분양에 관하여는 매매예약 내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조합원 총회에서 인준을 받거나 사후적으로라도 추인 의결을 받아두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한편, 조합규약에서 정한 총회 의결 없이 이루어진 법률행위의 상대방으로서는 그 절차적 요건의 흠결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밝히지 못하는 한 절차적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하는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이다(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1다231734 판결 등). 법원은 지역주택조합과 거래하려는 제3자는 사전에 총회의결의 존부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관련 법령의 해석상 예정된 것이자 당연히 기대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으로부터 상가를 분양받기로 한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는, 특단의 노력을 다하여도 총회 의결의 흠결 사실을 과실 없이 알 수 없었다는 등의 사정을 일일이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해당 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모름지기 조합이 분양하는 근린생활시설에 대해서는 조합원 총회에서 적법하게 의결을 거쳐야만 비로소 계약의 완결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s://www.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