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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중 회장이 정관을 위반했다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 현 종중전문변호사 김용일]
종중 회장이 정관을 지키지 않거나 종중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한다면 종중원 입장에서는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여 우선 회장의 직무부터 정지시키고 싶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중 회장이 정기총회를 제대로 개최하지 않거나, 총회 승인을 받아야 할 사항을 임의로 처리하거나, 정관에 위반하여 종중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러한 잘못이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법원에 회장의 직무집행정지를 청구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판례에서는 종중 회장이나 임원의 위법행위 또는 정관위반행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원에 해임을 청구하거나, 이를 전제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종중 회장이 정관을 위반했다면 해임을 청구할 수 있을까
종중 대표자가 종중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대표자의 해임입니다.
그러나 종중원들이 내부적으로 총회를 열어 대표자를 해임하는 것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대표자를 해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법률관계를 새롭게 형성하거나 변경하는 소송을 형성의 소라고 하는데, 이러한 소송은 법률에 명문의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종중과 같은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위법행위나 정관위반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종중원이 법원에 대표자를 해임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적인 법률상 근거는 없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실제 판례에서 일부 종중원들은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종중을 부정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매년 개최해야 할 총회를 제대로 개최하지 않았고, 결산과 예산 등에 관하여 총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종중재산을 임대하는 과정에서도 정관을 위반했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일정 수 이상의 종중원이 총회 소집을 요구했는데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먼저 살펴본 것은 이러한 행위들이 실제로 부당했는지 여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사유를 근거로 법원에 종중 임원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는 법률상 권리가 존재하는지를 먼저 판단했습니다.
정관위반을 이유로 한 해임청구권이 없다면 가처분도 어려울 수 있다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인정되려면 본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즉 피보전권리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단체 임원의 부정행위나 정관위반행위를 이유로 한 해임청구는 법률상 근거가 없는 형성의 소에 해당하여 허용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해임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삼아 종중 회장이나 임원의 직무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회장이 종중을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과 “그 회장에게 현재 대표권이 없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대표자 선임 자체가 무효인 경우는 다르다
그렇다고 종중 회장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회장을 선임한 총회가 소집권한 없는 사람에 의해 개최되었거나, 총회 소집통지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대표자 선임결의 자체가 무효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는 대표자의 임기가 이미 만료되어 더 이상 대표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표자의 지위를 다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단순히 “대표자가 일을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애초에 또는 현재 적법한 대표권이 있는가”가 쟁점이 됩니다.
그렇다면 회장의 부당한 운영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종중 회장이 정관을 위반하거나 종중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하고 있다면 먼저 종중규약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규약에 회장의 해임사유와 해임절차, 임시총회 소집방법 등이 정해져 있다면 그 절차에 따라 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자의 해임이나 새로운 대표자의 선임을 추진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문제된 행위의 성격에 따라 종중재산의 반환이나 손해배상 등 별도의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표자의 잘못이 있다는 사실과 그 대표자의 직무를 법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지는 구별하여 접근해야 합니다.
김용일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종중 대표자 분쟁에서는 “회장이 무엇을 잘못했는가”만큼이나 “그 잘못을 이유로 어떤 법률상 청구를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특히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은 본안에서 주장할 수 있는 피보전권리가 있어야 하므로 단순한 정관위반이나 부당한 업무수행을 대표권 부존재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종중 회장의 재산관리나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대표자 선임결의 자체에 무효사유가 있는지, 임기가 만료되었는지, 종중규약에 따른 해임이나 새로운 대표자 선출이 가능한지 등을 구분하여 검토해야 합니다.
어떤 법적 근거로 현재 대표자의 지위를 다툴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종중 대표자 직무집행정지 사건에서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