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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6

부모님 자필유언장, 평소 필체와 다르면 무효일까

[법무법인 현 상속전문변호사 김용일]

 

부모님이 사망한 뒤 자필유언장이 발견되었는데 다른 상속인이 “부모님 글씨가 아닌 것 같다”며 유언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유언장에 적힌 글씨가 평소보다 반듯하거나 글자의 모양이 다르다면 위조 또는 대필을 의심하면서 유언무효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평소 보던 필체와 다르다는 가족의 인상만으로 자필유언장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필유언에서는 실제 유언자가 직접 작성했는지가 핵심이므로 생전에 작성한 문서와 유언장의 필적, 유언장 작성 당시의 상황 등을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자필유언은 왜 본인이 직접 써야 할까

 

민법상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합니다.

유언자가 사망한 뒤에는 본인에게 유언의 진의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형식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언 내용 자체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법에서 요구하는 자필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는 유언의 효력을 주장하는 측에서 해당 유언장이 법정된 방식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글씨와 다르면 위조로 볼 수 있을까

 

사람의 필체가 언제나 똑같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들거나 건강상태가 달라질 수 있고, 평소 간단하게 쓰던 메모와 중요한 유언장을 작성할 때의 글씨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알고 있던 부모님 글씨와 다르다”는 가족의 진술만으로 위조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자필유언장의 필체가 망인의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생전에 직접 작성한 것으로 인정되는 여러 메모와 유언장의 글씨를 비교했고, 그 밖에 유언장 작성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까지 종합하여 판단했습니다.

 

생전 메모와 편지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자필유언의 진위가 문제된다면 망인이 생전에 직접 작성한 자료를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첩이나 메모, 편지, 일기, 서명한 문서, 금융기관이나 관공서에 제출한 자필서류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비교자료 자체가 실제 망인이 작성한 것인지 확인되어야 합니다. 작성자가 불분명한 메모를 가져와 유언장과 글씨가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증거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유언장 작성시기와 가까운 시기에 작성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필체 자체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체뿐 아니라 유언장 작성과정도 살펴본다

 

자필유언의 진위는 글씨 모양 하나만으로 판단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유언장 작성을 준비했는지, 작성 당시 누가 함께 있었는지, 유언자가 직접 글을 쓰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는지, 유언자가 평소 어느 정도 글을 읽고 쓸 수 있었는지 등도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유언장 작성 당시 망인을 도왔던 사람이 법정에서 작성과정을 구체적으로 증언했고, 법원은 이러한 사정도 판단자료로 삼았습니다.

 

김용일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자필유언의 진위를 둘러싼 소송에서는 가족들의 기억이나 느낌보다 객관적인 자료가 중요합니다.

유언의 유효를 주장한다면 생전 필적자료와 유언장 작성경위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위조를 주장한다면 단순히 “평소 글씨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신뢰할 수 있는 비교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필적감정도 검토할 수 있지만 감정결과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결국 유언장 자체의 필체, 비교대상 필적자료의 신뢰성, 작성 당시의 상황과 관련자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실제 망인이 자신의 손으로 작성한 유언장인지 판단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