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Legal Insights
며느리·사위·손자에게 빼돌린 상속재산, 1년 전 증여도 유류분 반환받는 법
[법무법인 현 상속전문변호사 김용일]
망인이 생전에 특정 상속인 또는 제3자에게 증여나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을 한 결과, 다른 상속인이 상속받을 재산이 아예 없거나 법정 유류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때 권리를 침해당한 상속인은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자신의 부족한 유류분을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유류분 반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상속인 본인이 직접 재산을 받지 않고, 자신의 배우자(망인의 며느리나 사위) 또는 자녀(망인의 손자·손녀) 명의로 재산을 우회하여 증여받는 사례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망인이 상속인이 아닌 며느리, 사위, 손자녀 등 제3자에게 사전증여를 한 경우, 망인 사망 1년 전의 증여라도 유류분반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 핵심 법리와 실무 입증 전략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상속인이 아닌 제3자가 증여받은 경우 유류분반환 원칙
예를 들어 아버지 A가 사망할 당시 상속인으로 자녀 B와 C가 있었는데, A가 사망하기 5년 전에 자녀 B의 배우자(며느리 D)와 아들(손자 E)에게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고가의 부동산을 증여한 사례를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피상속인인 A를 기준으로 보면 자녀 B와 C는 1순위 공동상속인이지만, 며느리 D와 손자 E는 상속인의 지위가 없는 ‘제3자’에 해당합니다.
망인이 전 재산을 D와 E에게 증여한 채 사망함에 따라 다른 자녀인 C는 물려받을 상속재산이 전혀 남지 않게 됩니다.
이때 C는 재산을 넘겨받은 며느리 D와 손자 E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을 청구하고자 하지만, 여기서 상속법상 중대한 법리적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바로 수증자 D와 E가 상속인이 아닌 제3자라는 점, 그리고 증여 시점이 사망 5년 전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민법 및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증여를 받은 자가 공동상속인인 경우에는 그 증여가 상속개시 10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시기에 관계없이 전액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됩니다(민법 제1008조).
반면 증여를 받은 자가 상속인이 아닌 ‘제3자’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소급하여 ‘1년 이내’에 행해진 증여에 한하여만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됩니다(민법 제1114조 본문).
따라서 망인이 상속인인 자녀 B에게 직접 증여했다면 5년 전은 물론 20년 전 증여라도 전액 유류분반환 대상이 되지만, 제3자인 며느리 D나 손자 E에게 증여했고 그 시점이 사망 1년 이전(사례의 경우 5년 전)이라면, 민법 제1114조 본문 규정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원칙적으로 반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며느리·사위·손자녀에 대한 증여가 유류분 대상이 되는 핵심 법리
그러나 이러한 원칙 규정을 모든 사건에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상속인들 사이에 극히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됩니다.
상속인이 장래에 다른 형제들로부터 유류분반환 청구를 당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법망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의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우회 증여 행위를 전혀 제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법원은 상속인과 밀접한 가족관계를 맺고 있는 자에 대한 증여에 관하여 두 가지 핵심 법리를 통해 유류분반환 의무를 엄격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민법 제1114조 단서의 ‘악의의 증여’ 법리입니다.
민법 제1114조 단서는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에 한 것에 대하여도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증여자인 부모와 수증자인 며느리·손자녀가 증여 당시 ‘이 재산을 넘겨주면 다른 자녀의 유류분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증여계약을 체결했다면, 사망 5년 전이든 10년 전이든 시기와 무관하게 유류분반환 대상이 됩니다.
둘째, 대법원이 확립한 ‘상속인 본인에 대한 실질적 증여(특별수익 동일체)’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증여 또는 유증의 경위, 증여나 유증된 물건의 가치 및 성질, 수증자와 관계된 상속인이 실제로 얻은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인에게 직접 증여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등에게 이루어진 증여나 유증 역시 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06스3, 4 결정)”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며느리나 사위, 미성년 손자녀는 상속인과 주거를 같이하고 가계를 공유하는 ‘경제적 공동체’ 관계에 있으므로, 형식적인 명의만 제3자로 분산시켰을 뿐 실질적으로는 그 부모이자 배우자인 상속인 본인에게 증여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여 유류분반환 대상 기초재산에 그대로 산입시키는 것입니다.
최근 법원의 실무 판례 경향
실제 소송 실무에서도 며느리, 사위, 손자녀에게 넘어간 재산에 대한 유류분반환 청구는 매우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분야입니다.
최근 하급심 법원의 확립된 경향을 살펴보면, 상속인의 가족이 증여를 받은 사안에서는 그 증여가 망인의 사망 시점보다 수년 이상 앞서 이루어진 경우라 하더라도, 이들을 상속인과 경제적 실질상 동일체로 보아 증여 시기와 무관하게 유류분반환 대상에 포함시키는 판결이 지배적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4884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나2045590 판결 등).
망인과 아무런 인적·혈연적 유대가 없는 순수한 제3자(외부 기부단체, 지인 등)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에는 거래의 안전과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사망 전 1년 이내의 증여’로 엄격히 한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며느리, 사위, 손자녀처럼 상속인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완벽히 같이하는 특수관계인에게 행해진 증여에 대해서는, 거래안전의 보호보다는 유류분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상속인 간의 실질적 공평을 실현하는 법리가 훨씬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실무 전략
따라서 형제 중 특정인이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부모님의 재산을 넘겨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면 다음과 같이 체계적인 소송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1. 피고 지정과 청구취지의 전략적 구성
소송을 제기할 때 실제로 부동산 등기를 넘겨받은 며느리나 손자녀를 피고로 삼아 민법 제1114조 단서의 악의 증여를 주장함과 동시에, 주위적 또는 예비적으로 상속인인 형제 본인 역시 공동피고로 지정하여 ‘상속인 본인의 실질적 특별수익’으로 산정해 유류분 부족액의 반환을 구해야 합니다.
2. 경제적 공동체 관계와 악의 정황 입증
증여 당시 수증자가 독자적인 소득이 없는 학생이거나 미성년자였다는 점, 증여 부동산의 취득세 및 보유세를 상속인 본인의 계좌에서 대납해 왔다는 금융자료, 해당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상속인이 관리·사용해 왔다는 내역 등을 집중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증여 당시 망인에게 다른 유의미한 상속재산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당사자 쌍방이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었다는 악의를 논리적으로 입증해 내는 것이 승소의 결정적 열쇠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