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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8

위임장에 ‘매도’ 문구가 나중에 추가됐다면 부동산 매매계약은 유효할까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김용일]

 

부동산 소유자가 직접 서명한 위임장이 존재하면 대리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할 권한까지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위임장에 있는 서명 자체는 소유자의 것이 맞지만, 정작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매도’ 또는 ‘sale’이라는 문구가 다른 필체로 기재되어 있거나 나중에 추가된 것으로 의심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핵심은 단순히 “위임장에 본인의 서명이 있는가”가 아니라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을 매도할 권한까지 실제로 부여했는가”입니다.

따라서 매도 문구가 권한 없이 사후에 추가된 것으로 인정되고 다른 방법으로도 매도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대리인이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은 무권대리로서 소유자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서명이 맞으면 위임장 내용도 모두 인정될까

 

위임장에 소유자의 진정한 서명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증거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현재 위임장에 적혀 있는 모든 내용이 반드시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일정한 업무만 위임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에 서명한 후 제3자가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거나, 일부 내용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서명했는데 나중에 당초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이 보충되었다면 그 추가 부분까지 소유자의 의사에 따른 것인지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의 매도는 소유권을 상실하게 하는 중요한 처분행위입니다.

따라서 당초 위임받은 업무가 부동산 관련 서류 발급이나 등기절차 등에 불과했는데 이후 ‘매도’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는 의심이 있다면, 그 문구의 작성경위와 실제 위임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매도’ 문구가 다른 필체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필적감정은 이러한 사건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소유자의 자필로 확인되는 부분과 ‘매도’ 문구의 필적이 서로 다르다면 누가 해당 문구를 작성했는지가 문제됩니다. 문서 원본이 있다면 필기구나 잉크의 차이, 글자의 배치와 필압, 다른 문구와의 연결관계 등도 작성경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도’라는 글씨가 다른 사람의 필체라는 사실만 확인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필 자체는 위조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매도 문구를 작성했더라도 소유자가 그 내용을 알고 작성하도록 지시했거나 작성 후 이를 확인하고 승인했다면 매도대리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필적감정의 결과와 함께 위임장을 누가 준비했는지, 서명 당시 어떤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는지, 소유자가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위임장의 작성경위가 중요한 이유

 

위임장의 진정한 의미를 판단하려면 문서 한 장만 보는 것보다 위임장을 작성하게 된 전후 사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시 소유자가 대리인에게 부탁한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매매계약 체결 전에 실제 매도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었는지, 매매대금과 매수인 등 구체적인 매매조건을 알고 있었는지, 매매대금이 누구에게 지급되었고 소유자가 이를 수령하거나 사용했는지 등이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유자가 위임장을 작성할 당시에는 부동산의 관리나 등기업무만 부탁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리인은 매도권한까지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위임장 작성 전후의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통화내용, 송금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가 중요해집니다.

 

해외에서 작성한 부동산 위임장이라면

 

소유자가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작성경위가 더욱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소유자가 국내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동산 관련 업무를 맡기면서 위임장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동산의 관리나 등기절차를 위한 위임과 부동산 자체를 처분할 수 있는 매도 위임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작성된 위임장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했다면 소유자가 당시 어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위임장을 작성했는지, 문서의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는지, 매도 대상 부동산과 매매조건에 관한 의사소통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공증이나 인증을 받은 위임장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인증의 대상과 방식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매도대리권의 존재까지 당연히 증명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매도대리권이 없었다면 매매계약은 어떻게 될까

 

대리인이 소유자로부터 매도권한을 받지 않았는데도 소유자를 대리하여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원칙적으로 무권대리의 문제가 됩니다.

민법상 대리권 없는 사람이 타인을 대리하여 체결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않는 한 본인에게 효력이 생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소유자가 나중에 매매행위를 알고도 이를 추인했는지, 또는 소유자가 대리인에게 일정한 기본대리권을 부여했고 매수인에게 그 사람에게 매도권한까지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등에 따라 표현대리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임장에 가필이 있었다는 사실과 매매계약이 소유자에게 효력이 있는지는 구별하여 단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김용일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부동산 위임장의 위조나 가필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서명이 진짜인가, 가짜인가”만 다투어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의 자필 부분과 제3자가 작성한 부분을 구분하고, 특히 ‘매도’, ‘처분’, ‘sale’처럼 소유권 처분과 직접 관련된 핵심 문구가 언제 누구에 의해 작성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필적감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사건의 결론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임장 작성 전후의 연락내용, 당초 위임의 목적, 매매조건에 관한 협의 여부, 매매대금의 지급과 귀속, 매매 후 소유자의 행동 등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결국 부동산 위임장에 ‘매도’ 문구가 나중에 추가되었다는 의심이 있다면, 문구의 가필 여부를 밝히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매도대리권이 있었는지, 사후 추인이 있었는지, 매수인에게 표현대리가 인정될 사정이 있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매매계약과 소유권이전등기의 효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