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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권의 채무자가 실제 돈을 빌린 사람과 다르면 무효일까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김용일]
부동산 등기부를 확인했더니 근저당권의 채무자는 부동산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는데, 정작 근저당권자는 “실제로 돈을 빌린 사람은 소유자가 아니라 그 자녀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등기부상 채무자와 실제 돈을 빌린 사람이 다르면 근저당권은 무효가 되는 것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부동산 소유자가 다른 사람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명의가 다르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채권이 존재했고,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누구의 어떤 채무를 담보하기로 합의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저당권이 유효하려면 실제 피담보채권이 있어야 한다
근저당권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담보물권입니다.
따라서 근저당권등기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실제로 담보할 채권이 존재한다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근저당권 말소소송에서 소유자가 “실제로 돈을 빌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근저당권자가 “소유자가 아니라 자녀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실제 금전대여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용증이나 근저당권설정계약서뿐 아니라 실제 돈이 지급된 계좌, 지급시기와 금액, 이자나 원금의 변제내역 등 객관적인 금융자료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부모 부동산으로 자녀의 채무를 담보할 수도 있다
실제로 돈을 빌린 사람과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소유자가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돈을 빌리면서 부모가 자신의 부동산을 자녀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 물상보증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나는 돈을 빌리지 않았으니 내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은 무조건 무효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동산 소유자가 자녀 등 제3자의 채무를 담보한다는 사실을 알고 근저당권 설정에 동의했다면, 실제 채무자와 부동산 소유자가 다르더라도 근저당권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상 채무자와 실제 채무자가 다르면 무엇이 문제될까
다만 등기부에는 부동산 소유자가 채무자로 기재되어 있는데 소송에서 근저당권자가 갑자기 실제 채무자는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부터 실제 채무자의 채무를 담보하기로 합의했는지, 부동산 소유자가 그러한 내용을 알고 동의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실제 채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채무가 존재하더라도 그 채무와 문제된 근저당권 사이에 담보관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돈을 빌려준 사실”과 “그 돈을 이 근저당권으로 담보하기로 한 사실”을 구별하여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 근저당권이 말소된 이유
실제 판례에서도 등기부상 채무자와 근저당권자가 주장하는 실제 채무자가 서로 다른 사안이 문제되었습니다.
근저당권자 측은 부동산 소유자가 아니라 그 가족이 실제 채무자라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근저당권자가 주장하는 피담보채권의 존재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고, 근저당권 설정 당시 당사자들이 그 채무를 해당 근저당권으로 담보하기로 합의했다고 인정할 자료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단순히 등기부상 채무자와 실제 채무자가 달랐기 때문에 근저당권을 말소한 것이 아니라, 근저당권자가 주장하는 피담보채권과 이를 담보하기 위한 당사자의 합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근저당권 말소소송에서는 어떤 증거가 중요할까
이러한 사건에서는 등기부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차용증, 계좌거래내역, 이자 지급내역, 문자메시지나 통화내용 등 실제 금전거래와 담보설정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근저당권 설정 시점과 실제 금전 지급 시점이 일치하는지, 돈을 실제로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부동산 소유자가 제3자의 채무를 담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용일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근저당권 말소소송에서는 “등기부상 채무자와 실제 돈을 빌린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첫째, 근저당권자가 주장하는 실제 피담보채권이 존재하는지, 둘째, 부동산 소유자가 그 채무를 자신의 부동산으로 담보하기로 합의했는지, 셋째, 문제된 근저당권과 실제 채무 사이의 담보관계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는지를 순서대로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하는 입장에서는 채무자 명의가 다르다는 점만 주장하기보다 실제 금전 지급관계와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계약내용을 분석하여 피담보채권 또는 담보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근저당권의 효력은 등기부에 적힌 채무자 이름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채권의 존재와 근저당권을 설정한 당사자들의 담보 의사를 함께 살펴 판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