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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5

부동산 매매계약이 무효라도 20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김용일]

대리인에게 부동산을 팔 권한이 없었거나 위임장에 문제가 있어 매매계약이 무효라면 원래 소유자는 언제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고 부동산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문제와 부동산을 장기간 점유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는지는 별개의 법률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매수인이 해당 부동산을 20년 이상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다면 최초 매매계약이 무효였더라도 점유취득시효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매계약이 무효여도 점유취득시효는 별도로 판단한다

대리인이 소유자로부터 매도권한을 받지 않았는데 부동산을 매도했다면 무권대리가 문제됩니다.

표현대리도 성립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매매계약의 효력을 소유자에게 주장하기 어렵고, 그 계약을 원인으로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매수인이 등기를 넘겨받은 후 오랫동안 부동산을 실제로 점유해 왔다면 민법상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는지를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결국 “처음에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했는가”와 “그 후 장기간의 점유로 소유권을 취득했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20년 점유하면 무조건 소유권을 취득할까

20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상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려면 20년 동안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자주점유입니다.

매수인이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고 부동산을 매수하여 인도받은 뒤 계속 관리·사용했다면 자주점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처음부터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형태로 점유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어도 20년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될 수 있을까

여기서 등기부취득시효와 20년 점유취득시효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사람이 10년 동안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 없이 점유한 경우에는 등기부취득시효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수인이 대리인의 매도권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과실이 있었다면 10년의 등기부취득시효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년 점유취득시효에서는 선의·무과실이 별도의 요건이 아닙니다.

따라서 매수인이 처음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리권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20년 점유취득시효까지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 10년의 등기부취득시효와 20년의 점유취득시효를 구별해서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등기만 가지고 있으면 20년 점유로 인정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점유취득시효는 등기를 얼마나 오래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부동산을 누가 지배하고 관리해 왔는지가 중요합니다.

토지를 직접 사용했는지, 수목을 식재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했는지,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했는지 등 구체적인 점유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사건에서는 현재의 현장사진만으로 과거 20년 동안의 점유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과거 항공사진, 토지 이용자료, 농작물이나 수목의 관리내역, 임대관계,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 장기간의 점유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중간에 항의했다면 취득시효가 깨질까

원래 소유자가 매수인의 점유에 항의하거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평온·공연한 점유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단순한 항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진행 중인 취득시효가 당연히 중단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소유자가 언제 문제를 제기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점유가 중단되었는지, 취득시효 완성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상 사유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김용일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오래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사건에서는 최초 등기의 원인이 무효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등기가 이루어진 뒤 20년 가까이 또는 그 이상 시간이 지났다면 취득시효 문제를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리인에게 매도권한이 없어 최초 매매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매수인에게 대리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까지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후 20년 이상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다면 점유취득시효에 의해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처음에는 원인무효였던 소유권이전등기도 취득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가 되어 원래 소유자가 등기말소를 청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래 소유자 입장에서는 오래된 등기의 하자를 발견했다면 최초 매매계약의 무효 여부뿐 아니라 등기 후 실제 점유관계와 20년의 취득시효 완성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매수인 입장에서도 단순히 “20년이 지났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언제부터 어떤 방법으로 부동산을 점유했는지, 그 점유가 계속되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오래된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는 “처음 매매계약이 유효했는가”만큼이나 “그 이후 20년 동안 누가 어떤 형태로 부동산을 점유했는가”가 최종적인 소유권의 귀속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