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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기지권 취득시효 인정 기준과 유형별 지료 청구 분석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김용일]
선산이나 임야를 매수하거나 상속받은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 위에 권한 없이 설치되어 있는 타인의 분묘를 발견하고 철거 및 이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자주 발생합니다.
토지 소유자는 당연히 소유권에 기해 분묘의 굴이(철거)와 토지 인도를 요구하지만, 분묘 수호자 측에서는 관습법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며 맞서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면 토지를 사실상 무상으로 영구히 사용할 수 있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가 심각했으나,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통해 지료(토지 사용료) 지급 의무가 폭넓게 인정되는 방향으로 판례가 확립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3가지 유형과 장사법 시행에 따른 취득시효 제한, 그리고 대법원 판례에 따른 유형별 지료 지급 기준과 소송 전략을 상세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분묘기지권의 의의와 성립 요건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그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 소유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지상권 유사의 관습법상 물권입니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분묘 내부에 유골이나 시신이 실제로 매장되어 있어야 하며,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봉분(둥근 흙더미) 등의 외형적 형태를 갖추어야 합니다.
따라서 시신이나 유골이 안장되어 있지 않은 가묘(假墓)나, 봉분이 없이 평평하게 매장된 평장(平葬), 땅속에 묻어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암장(暗葬)의 경우에는 제3자가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으므로 분묘기지권이 절대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분묘기지권은 관습법상 물권이므로 부동산 등기부에 등기하지 않아도 성립하며, 토지 소유자가 변경되더라도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갖습니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3가지 유형
판례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경로는 다음의 3가지 유형으로 엄격히 구분됩니다.
1. 승낙형 분묘기지권
토지 소유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입니다.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설치된 이상 분묘기지권이 즉시 성립하며, 사후에 토지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그 승낙의 효력은 유지되어 새로운 소유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습니다.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하였으나,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민법상 취득시효 법리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취득하는 경우입니다.
3. 양도형 분묘기지권
원래 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해 둔 소유자가, 그 토지를 타인에게 매매나 증여 등으로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이전)하겠다는 특별한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때 판례는 토지 양도인에게 분묘 수호를 위한 분묘기지권이 유보된 것으로 봅니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중대한 제한 : 2001년 장사법 시행
위 3가지 유형 중 실무상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는 반드시 유의해야 할 법적 시점이 있습니다.
2001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제27조 제3항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그 밖에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는, 설령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점유를 유지했다 하더라도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7다228007 판결).
결국 취득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2001년 1월 12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분묘 굴이(철거) 소송에서 토지 소유자는 해당 분묘의 비석에 새겨진 사망일자, 과거 항공사진, 제적등본 등을 추적하여 분묘가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되었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상대방의 시효취득 주장을 원천 봉쇄할 수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의 범위와 신설 금지 원칙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효력이 미치는 공간적 범위는 무제한이 아닙니다.
분묘의 기지(봉분 자체의 바닥 면적)뿐만 아니라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주위의 빈 땅(사성 등)을 포함하는 범위까지 미치지만, 그것이 산림이나 임야 전체에 무제한 확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중요한 판례 법리는 ‘새로운 분묘의 신설 금지’입니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에는 기존의 분묘 외에 새로운 분묘를 신설할 권능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부부 중 일방의 분묘가 이미 설치되어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구역 내라 할지라도 사후에 사망한 배우자를 합장하여 단분(합장묘)을 만들거나 쌍분(나란히 설치하는 묘)을 신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1다28367 판결)”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기존 분묘에 배우자를 추가로 합장하거나 새로운 봉분을 조성했다면, 토지 소유자는 그 신설된 분묘에 대하여 즉시 철거 및 이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의 유형별 지료 지급의무와 판례 기준
대법원은 과거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대해 지료 지급의무가 없는 ‘무상’이 원칙이라고 보았으나,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함으로써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였습니다.
각 유형별 지료 지급 시기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토지 소유자와 분묘 소유자 간의 약정에 따릅니다.
별도의 지료 약정 없이 무상 사용을 승낙했다면 무상으로 유지되지만, 유상으로 약정했다면 그 약정액과 지급 시기에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지료 약정의 효력은 분묘기지권을 포괄승계하거나 이전받은 제3자에게도 그대로 미칩니다(대법원 2017다271834 판결).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대법원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경우라도, 토지 소유자가 분묘 수호자를 상대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가 지료 청구 의사를 표시하기 전까지는 무상이지만, 내용증명이나 소송을 통해 “지료를 지급하라”고 청구한 시점부터는 장래를 향해 반드시 유효한 지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3. 양도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대법원 2020다295892 판결)
자기 땅에 묘를 둔 채 토지를 매도한 양도형의 경우,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 즉 토지 소유권이 이전된 날부터 당연히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유형은 토지 소유자의 별도 청구가 없더라도 토지 양도 시점부터 소급하여 기왕의 지료까지 모두 지급해야 합니다.
토지 소유자의 분묘기지권 소멸청구와 실무 전략
만약 분묘기지권자가 법원 판결 등으로 확정된 지료를 ‘2년분 이상’ 연체한 경우, 토지 소유자는 민법 제287조의 지상권 소멸청구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다52069 판결).
분묘기지권이 소멸하면 상대방은 더 이상 토지를 점유할 적법한 권원이 없으므로, 토지 소유자는 비로소 분묘 굴이(철거) 및 분묘기지 인도소송을 통해 분묘를 완전히 이장시키고 토지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내 땅에 타인의 분묘가 자리 잡고 있어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다면, 다음의 단계적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첫째, 분묘의 설치 시점을 확인하여 2001년 1월 13일 이후 설치된 분묘라면 취득시효 배제를 이유로 즉시 굴이(철거)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둘째, 2001년 이전에 설치되어 시효취득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면, 지체 없이 분묘 수호자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지료 청구’ 의사를 도달시켜 지료 발생 시점을 확정하고, 법원에 지료청구의 소(임료감정 신청)를 제기해야 합니다.
셋째, 지료 판결 확정 후 상대방이 2년 이상 지료를 연체하도록 유도한 뒤, 분묘기지권 소멸청구권을 행사하여 합법적으로 분묘를 철거·이장시키는 실무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소유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법적 해결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