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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근저당권 판정 기준과 실무 판례 분석 [통정허위표시 무효와 강제집행면탈죄]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김용일]
부동산 강제집행이나 경매를 앞두고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급조해 둔 근저당권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회수하지 못해 고통받는 채권자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과거 급박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친인척 명의로 외관상 올려두었던 근저당권을 명의자가 악용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해 오는 바람에 부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소유자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실체적인 금전거래 없이 외관만 만든 가짜 근저당권은 민법 제108조의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지만, 재판부로 하여금 이를 '가장채권'으로 확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법원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실무 판단 기준을 정확히 공략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법원이 허위 근저당권을 판정하는 4대 핵심 기준과 실제 판례, 그리고 형사고소 연계 전략을 상세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법원의 종합적 통정허위표시 판단 기준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시 작성된 차용증이나 근저당권설정계약서가 존재하더라도, 법원은 문구 그대로 채권채무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거래의 전후 사정을 입체적으로 검토합니다.
판례를 종합해 보면 법원은 다음의 사정들을 면밀히 살펴 피담보채권의 가공성 여부를 최종 판단합니다.
첫째, 객관적인 금융거래 증빙의 부존재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대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은행 계좌이체 내역, 수표 사본, 입금 전표 등 객관적인 금융거래 자료가 전혀 없고, 오직 당사자 간에 "현금으로 직접 건넸다"고만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담보채권의 실재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둘째, 위기 상황 직후에 급조된 설정 시점
근저당권 설정 등기가 경료된 시점이 채무자의 부도, 다른 채권자의 가압류 결정, 대여금 판결 선고 직후 등 채무자의 경제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집중되어 있다면, 강제집행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행위로 강력히 의심받게 됩니다.
셋째,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특수관계
근저당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실혼 관계 등 긴밀한 인적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통상 제3자 간의 거래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무이자, 무담보 등)이라도 특수관계인 사이에서는 외관 작출이 용이하다는 점을 법원은 중점적으로 고려합니다.
넷째, 거래 관념상 극히 이례적인 대여 및 담보 설정 경위
과거 수년 전에 거액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장기간 아무런 담보를 요구하지 않다가 다른 채권자의 집행이 임박하자 뒤늦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또는 근저당권 설정 이후에도 오랜 세월 동안 약정이자를 단 한 번도 지급받지 않았고 원리금에 대한 변제 독촉이나 내용증명 발송 등 일체의 채권추심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는 정상적인 금전거래 관념에 명백히 반하므로 법원은 통정허위표시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채권채무 없는 근저당권 관련 실제 법원 판례
1. 피담보채권 부존재로 근저당권말소 판결이 내려진 사례
피고가 원고 소유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1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으나, 실제 원고에게 돈을 송금했다는 객관적 금융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고, 근저당권 설정 이후 수년간 이자를 한 번도 받지 않았음에도 독촉을 하지 않았으며, 당시 원고가 다른 채권자들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컸던 사안입니다.
법원은 피담보채권의 성립에 관한 객관적 입증이 없고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원인무효로서 말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6가단1444 판결).
2. 실체적 법률관계가 인정되어 근저당권이 유효하다고 판단된 사례
반면 협의이혼한 전 남편 A가 전 부인 B에게 재산분할금 및 자녀 양육비 분할 지급을 확약하는 약정서를 정식으로 작성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1억 5,000만 원 한도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안이 있었습니다.
다른 일반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근저당권이라며 말소를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A가 B에게 실질적인 재산분할금 및 양육비 지급을 확약함으로써 실체적 채무가 발생하였고, 당사자 간에 위 약정을 용인하고 채권 담보 목적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이라면 이를 민법 제108조의 가장행위나 통정허위표시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근저당권의 유효성을 인정하였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0나106860 판결).
형사상 강제집행면탈죄 고소 및 협상 전략
허위 근저당권으로 인해 자신의 정당한 집행 권리가 가로막힌 채권자라면, 민사상 근저당권말소소송(채권자대위권 행사)이나 사해행위취소소송과 더불어 형사고소를 병행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는 민사소송이나 강제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에게 성립하는 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허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채무자 본인은 물론, 채무자의 부탁을 받고 채권자인 척 명의를 빌려주어 가짜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상대방 역시 강제집행면탈죄의 공동정범으로 동일하게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소송 실무에서는 민사 판결을 기다리기까지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수사기관에 강제집행면탈죄로 정식 고소장을 제출하면 수사 과정에서 계좌 거래 내역 추적과 금융 압수수색 등이 신속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형사처벌의 강력한 압박을 받게 된 허위 근저당권자와 채무자가 스스로 허위 근저당권을 자진 말소하거나 채무를 변제하고 합의를 요청해 오는 경우가 대단히 많으므로, 민사와 형사를 입체적으로 연계하여 대응하는 것이 권리 회수의 가장 확실한 지름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