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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0

동의 없이 작성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상속회복청구소송으로 해결

[법무법인 현 상속전문변호사 김용일]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상속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특정 상속인이 다른 형제들의 동의 없이 인감도장을 도용하거나 서류를 위조하여 단독 명의로 상속부동산의 등기를 마쳐버리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또한 “상속세 폭탄을 피하려면 일단 한 명 앞으로 등기해야 한다”며 다른 상속인들을 속여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날인을 받아낸 뒤 부동산을 가로채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권한 없이 작성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법률상 무효 또는 취소 대상이 되며, 피해를 입은 진정한 상속인은 자신의 상속지분을 되찾기 위해 등기말소 등을 구하는 법적 절차에 착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무상 이러한 소송은 단순한 일반 민사상 원인무효 등기말소청구가 아니라 상속법상 '상속회복청구소송'에 해당하여, ‘침해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대단히 엄격한 제척기간의 제한을 받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무효나 취소가 되는 구체적인 요건과 법원 판례, 그리고 제척기간 도과로 패소(각하)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 대응 전략을 상세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공동상속인 간의 등기말소소송이 '상속회복청구소송'이 되는 이유


자신의 동의 없이 협의서가 위조되었거나 사기로 체결되었음을 알게 된 상속인은 통상 민사법원에 피고(명의를 가로챈 상속인)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합니다.

여기서 많은 원고들이 범하는 치명적인 실무적 오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부동산 원인무효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은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방해배제청구권이므로 10년이나 20년이 지나도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등기원인이 ‘상속’과 결부되어 있고, 원고가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임을 전제로 상속재산의 반환이나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송이라면, 소장의 명칭이 소유권말소등기청구이든 진정명의회복 청구이든 묻지 않고 모두 민법 제999조 제1항의 ‘상속회복청구소송’에 해당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다45452 판결).

정당한 상속권 없이 상속인 지위를 내세워 재산을 차지한 자를 ‘참칭상속인’이라 부르는데, 판례는 제3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당한 상속지분을 초과하여 단독 명의로 등기를 마친 다른 '공동상속인' 역시 참칭상속인에 해당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7다17482 판결).

따라서 공동상속인 중 1명이 허위 분할협의서를 바탕으로 단독 상속등기를 마친 경우, 다른 상속인이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은 전형적인 상속회복청구소송이 됩니다.



 

3년 단기제척기간의 엄격성과 법원의 직권조사


상속회복청구소송으로 포섭되는 순간, 원고는 매우 짧은 법정 제소기간의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됩니다.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르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인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부터 3년’을 경과하거나,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합니다.

이 기간은 단순한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입니다.

소멸시효는 피고가 법정에서 시효 완성을 주장(항변)해야만 법원이 판단하지만, 제척기간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기간 도과 여부를 반드시 심리·판단합니다.

만약 침해를 안 지 3년이 지난 뒤 소송을 냈다면, 법원은 실체적 위조나 사기 여부를 아예 따져보지도 않고 소송 자체를 부적법한 것으로 보아 ‘소 각하(패소)’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의 판단 기준과 입증 공방


소송의 승패는 원고가 ‘언제 침해 사실을 알았는가’라는 기산점 입증에 달려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상속재산에 관해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나 추측을 품은 것만으로는 침해를 알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판례는 "자기가 진정한 상속인임을 알고, 또 자신이 상속에서 제외되어 자신의 상속지분이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여러 객관적 정황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된 날"을 의미하며, 상속회복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다36223 판결).

실무상 피고 측은 "상속등기가 경료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본 날, 또는 관련 가족회의에서 분할등기 사실을 고지받은 날 이미 침해를 알았으므로 3년이 도과했다"며 제척기간 만료를 집중적으로 파고듭니다.

반면 원고 측은 피고의 지속적인 기망으로 인해 최근에야 위조 사실이나 사기 정황을 비로소 확인했다는 금융거래 내역, 사실조회 회신 시점, 통화 녹취록 등을 제시하여 3년의 제척기간 내에 소가 제기되었음을 철저히 방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