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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8

부동산명의신탁에서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에게 부동산을 넘겨주기로 한 합의의 효력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김용일]

부동산 명의신탁은 크게 양자간 명의신탁, 3자간 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의 3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이번 글에서는 매수자금을 부담한 명의신탁자가 타인(명의수탁자)의 이름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는 ‘계약명의신탁’의 기본 법리를 짚어보고, 사후에 등기명의자인 수탁자가 실제 매수대금을 부담했던 신탁자에게 소유권등기를 넘겨주기로 하거나 처분대금을 반환하기로 합의한 약정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를 핵심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계약명의신탁 시 소유권의 귀속과 부당이득반환 법리

 양자간 명의신탁은 원래 자기 명의로 등기되어 있던 소유자가 내부적 소유권을 보유한 채 등기명의만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형태입니다. 반면 계약명의신탁은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신탁자가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계약 당사자의 지위와 등기명의를 모두 수탁자 앞으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법리는 일반 매매뿐 아니라 법원 경매 절차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즉, 실질적인 매수인이 경매 입찰보증금과 낙찰대금을 전액 부담하면서 타인의 명의로 낙찰(매각허가)을 받은 경우에도, 경매 부동산의 종전 소유자를 매도인으로 보아 계약명의신탁 법리가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르면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기한 등기는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그러나 계약명의신탁에서는 매매계약 체결 당시 매도인이 명의신탁 약정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소유권 귀속이 완전히 달라집니다(제4조 제2항 단서).

 1.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던 경우(선의) : 매매계약과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모두 완전히 유효합니다. 따라서 수탁자가 대내외적으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며, 신탁자는 부동산 자체에 대한 어떠한 직접 권리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2.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악의) : 매매계약과 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모두 무효가 되며, 부동산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그대로 복귀합니다.

 어느 경우이든 계약명의신탁에서 신탁자는 부동산 자체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지급했던 매수자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금전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선의여서 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신탁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자신이 제공했던 매매대금 원금 상당액 및 취득세·등록세 등 취득비용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 매도인이 여전히 소유자이므로 신탁자는 수탁자의 매도인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청구권을 대위 행사하여 대금을 회수하게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신탁자가 반환받을 수 있는 부당이득의 범위는 오직 ‘과거 매매 당시 지급했던 매수자금 원금과 법정이자 상당액’에 한정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상승한 시세나 처분대금 상당액을 청구할 수는 없으며, 이 부당이득반환채권은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대금 지급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등기를 넘겨주기로 한 합의의 효력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뛸수록 신탁자로서는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당사자 간에 사후 합의를 통해 “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추후 신탁자에게 다시 넘겨주기로 약정”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신탁자에게 전액 반환하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실무상 빈번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약정의 효력을 일관되게 ‘무효’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계약명의신탁의 당사자들이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즉 명의신탁자가 내부적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장차 명의신탁자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이전하거나 처분대가를 명의신탁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다면, 이는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를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므로 무효이다(대법원 2006다35117 판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공증을 받거나 각서를 작성했더라도, 신탁자는 해당 약정을 근거로 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나 처분대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수탁자가 약정을 어길 경우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정했더라도 주된 약정이 무효인 이상 위약금 약정 역시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를 담보하기 위해 수탁자가 신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준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원인약정 자체가 무효이므로 이에 터 잡아 마쳐진 가등기 역시 원인무효의 등기로서 수탁자가 언제든지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4다63315 판결)”고 보았습니다.

 심지어 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마쳐진 후 당사자 합의로 신탁자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기로 한 경우에도, 그 제3자 명의의 등기 역시 무효가 됩니다(대법원 2006다73102 판결).



유일한 예외: 대물변제(대물급부) 약정에 기한 소유권 취득

그렇다면 신탁자가 수탁자로부터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적법한 통로는 전혀 없는 것일까요? 판례가 인정하는 유일한 예외가 바로 ‘대물변제’의 법리입니다.

 신탁자가 애초에 ‘내부적 소유권이 본인에게 있다’는 전제에서 등기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무효이지만, 수탁자가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자임을 전제로 인정하고,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정당하게 보유하고 있는 ‘매수자금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해당 부동산 자체를 넘겨받기로 합의하는 것은 유효하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태도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자신의 완전한 소유권 취득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명의신탁자와 사이에 매수자금 반환의무의 이행에 갈음하여(대물변제) 명의신탁된 부동산 자체를 양도하기로 합의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새로운 법률원인인 대물급부 약정에 기한 것이므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사후에 보완하려는 탈법적 목적에 불과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대법원 2014다30483 판결)”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계약명의신탁 관계에서 수탁자로부터 부동산 소유권을 안전하게 이전받고자 한다면 계약서 작성 방식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단순한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소유권 환원'이나 '원래 신탁자 소유이므로 반환한다'는 취지로 합의서를 작성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등기 자체가 무효가 될 위험이 큽니다. 반드시 수탁자의 적법한 소유권을 전제로 인정하되, 신탁자가 보유한 기존 매수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정산·소멸시키는 대물변제(또는 별개의 정당한 매매나 증여)를 원인으로 삼아 처분문서를 명확히 작성하고 등기를 넘겨받아야만 사후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