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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6

치매 환자가 작성한 자필유언장도 유효할까

[법무법인 현 상속전문변호사 김용일]

 

부모님이 치매 치료를 받던 중 자필유언장을 작성하고 사망했다면 상속인 사이에서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언으로 많은 재산을 받지 못하게 된 상속인은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이미 치매였으므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유언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병명이 아니라 유언장을 작성한 바로 그 시점에 자신의 유언 내용과 그에 따른 결과를 이해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치매 진단과 유언능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치매는 증상의 정도와 진행상태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에게서도 시기에 따라 인지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라는 진단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법률행위를 할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유언능력 역시 구체적인 유언 당시의 정신적 상태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반대로 치매 진단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언능력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판례에서는 치매 환자의 유언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실제 판례에서는 망인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증상을 보였고 자필유언장을 작성할 당시에도 관련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 유언장 작성 당시 망인이 유언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언장 작성 당시 망인을 도왔던 사람은 망인과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했고 정상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그 밖에 유언장의 내용과 작성과정 등을 종합하여 법원은 문제된 유언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의료기록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치매 환자의 유언무효소송에서는 의료기록이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료기록에 단순히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유언 작성일과 가까운 시기에 실시된 인지기능검사 결과, 의식상태와 의사소통 능력, 의료진이나 간병인의 기록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언자가 자신의 가족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자신이 가진 재산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누구에게 어떤 재산을 주려고 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유언 전후의 행동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유언 작성일의 상태를 직접 보여주는 의료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후 사정을 통해 당시 상태를 추론하게 됩니다.

유언자가 금융거래나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스스로 했는지, 주변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대화했는지, 자신의 재산이나 가족을 제대로 인식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언장 작성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진술 역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유언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의 진술이라면 그 신빙성까지 함께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김용일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치매 환자의 유언을 둘러싼 소송에서 핵심 질문은 “치매였는가”가 아니라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유언의 의미와 결과를 이해할 수 있었는가”입니다.

따라서 유언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과 유효를 주장하는 측 모두 유언 작성시점에 최대한 가까운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기록과 인지검사뿐 아니라 유언 전후의 문자, 메모, 금융거래, 주변 사람과의 대화 및 유언장 작성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보다 정확하게 유언능력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