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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8

허위 채권채무에 기한 근저당말소소송 [통정허위표시 입증책임과 경매정지]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김용일]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법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담보물권의 부종성 원칙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실질적인 원인 법률행위(금전소비대차계약 등)가 존재해야 합니다.

만약 채무자가 자신의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것을 염려하여 허위 채권자와 통모하고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근저당권등기를 경료해 두었다면, 이는 민법상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며 등기말소의 대상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채권채무 없이 설정된 허위 근저당권등기의 말소 법리와 입증책임의 소재, 임의경매 진행 시의 강제집행정지 및 배당이의소송 연계 전략을 상세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채권채무 없이 설정된 근저당권말소소송의 요건과 실무상 쟁점

근저당권이란 계속적인 거래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다수의 불특정 채권을 장래 결산기에 일정한 한도액까지 담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담보물권입니다. 따라서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시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되는 실제 채권(피담보채권)을 발생시키는 원인 법률행위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만약 실체적인 금전거래나 채권채무 관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위 채권자와 통모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했다면, 피담보채권이 부존재하므로 근저당권 역시 부종성에 의해 무효가 됩니다.

실무상 부동산 소유자가 사업 부도, 연체, 소송 제기 등으로 강제집행이나 강제경매를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미리 소진시켜 다른 채권자들이 경매를 신청해도 배당받지 못하게 만들 목적으로 가족, 친인척, 지인 명의로 허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이처럼 실제 채권채무 관계 없이 외관만을 만들어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민법 제108조의 통정허위표시로서 당사자 간에 절대적 무효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소유자 본인은 물론, 진정한 정당한 채권자 역시 채무자를 대위(채권자대위권 행사)하거나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여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직접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원인무효와 피담보채권 부존재의 입증책임 구별

실제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입니다.

부동산 등기부상 근저당권등기가 마쳐져 있다면 일단 적법한 절차와 원인에 의해 마쳐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기의 추정력’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서류가 위조되었다거나 무권대리라는 사유로 등기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서 그 무효 사유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판례는 ‘등기의 추정력’과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의 존재’를 엄격히 분리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다 하더라도, 그 등기만으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실재한다는 점까지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근저당권 성립 당시 이를 담보할 실제 채권이 발생하여 존재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그 채권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 즉 근저당권자에게 있다(대법원 2009다72070 판결)”고 확고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원고(소유자 또는 채권자)가 피고인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피담보채권 부존재를 이유로 말소소송을 제기하면, 피고인 근저당권자가 실제로 돈을 빌려주었다는 금융거래 내역, 송금 영수증, 자금 출처 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내야 합니다. 피고가 이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은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근저당권말소 판결을 선고하게 되므로 원고가 소송상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됩니다.



보전처분 및 임의경매 진행 시의 강제집행정지 절차

 허위 근저당권에 대응할 때는 소송 진행 도중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1. 근저당권처분금지가처분 신청

본안 소송 제기와 동시에 해당 근저당권에 대하여 ‘근저당권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야 합니다. 민법 제108조 제2항에 따라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만약 가처분등기를 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 근저당권자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양도·이전하거나 이를 담보로 질권을 설정해 버리면, 그 사실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근저당권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어 부동산 권리를 온전히 회복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2. 강제집행정지결정 신청

허위 근저당권자가 부동산을 강제로 매각하여 현금화하기 위해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이미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는 단순히 본안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경매 진행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청구소송의 소장을 접수한 직후, 소장 접수증명원을 첨부하여 경매법원에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여 경매절차를 정지한다는 결정을 받아내야 합니다. 이렇게 법원의 집행정지결정 정본을 경매계에 제출해야만 본안 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매각기일 지정이나 낙찰 절차를 안전하게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3. 경매 배당기일에서의 배당이의소송 병행

만약 경매가 정지되지 않고 매각되어 배당 단계에 이르렀다면, 진정한 채권자는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허위 근저당권자의 배당액 전액에 대해 ‘배당이의’를 진술하고, 1주일 이내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배당이의소송에서도 근저당권자가 실제 대여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해당 배당액은 허위 근저당권자에게서 제외되어 정당한 원고 채권자에게 재배당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