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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8

종중재산을 총회결의 없이 무단 처분했을 때 성립하는 형사처벌

[법무법인 현 종중전문변호사 김용일]

 종중 소유의 토지나 건물을 매매·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일부 종중 대표자나 임원들이 적법한 절차를 생략한 채 임의로 처분하여 종중 내부에서 형사고소로 비화하는 사건이 매우 많습니다.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종중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민사상 무효에 그치지 않고, 형법상 횡령죄를 비롯한 중대한 경제범죄로 엄중한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종중재산을 처분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적법 요건과 함께, 무단 처분 시 성립하는 형사책임의 구체적 성립 요건 및 가중처벌 기준을 상세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종중재산을 유효하게 처분하기 위한 법적 요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종중 소유의 재산은 종중원 전체의 ‘총유(공동소유)’에 속합니다. 따라서 종중재산을 처분(매매, 증여, 담보제공, 매각대금 분배 등)하기 위해서는 종중규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하고, 규약에 특별한 정함이 없다면 반드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종중총회는 종중규약이나 오랜 관습에 의해 매년 일정한 일시 및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정기총회’의 경우에는 별도의 개별 소집통지 절차가 없더라도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기총회가 아닌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소집권자(대표자가 원칙이며 공석 시 연고항존자)가 족보 등에 기초하여 소집통지 대상이 되는 종원의 범위를 확정한 후,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가 분명하여 통지가 가능한 모든 종원(성년 남녀 모두 포함)에게 회의 목적사항을 명시하여 개별적으로 소집통지를 발송해야만 총회가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이렇게 소집된 총회에서 출석 종원들에게 충분한 토의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규약상 정족수(규약이 없다면 출석 종원 과반수)를 충족하여 가결되었을 때 비로소 그 처분결의가 유효하게 확정됩니다.



총회결의 흠결 시 발생하는 형사책임 : 업무상 횡령죄

 종중재산을 유효하게 처분하기 위해서는 유효한 총회 결의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총회 결의가 전혀 없었음에도 회의록을 허위로 조작하여 종중재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담보를 설정해 준 경우, 민사적으로 처분행위는 무효가 되며 형사적으로는 ‘횡령죄(또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형법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종중 대표자나 임원은 종중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적법한 결의 없이 종중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정확히 해당합니다.

 적법한 소집권한이 없는 자가 자의적으로 총회를 소집하여 결의를 진행했거나, 여성 종원 또는 특정 파의 종원들을 고의로 배제하고 일부 종원에게만 선별적으로 통지하여 무효인 총회를 거친 뒤 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실무상 피고인들은 “단순한 절차 미숙지로 인해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 당시에는 유효한 결의로 믿고 처분했다”며 횡령의 고의를 부인하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종중의 규모, 기존 총회 개최 이력, 관련 법률 자문 여부 등을 면밀히 심리하여, 총회 결의가 무효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매각을 강행했다고 보아 불법영득의사와 횡령의 고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아가 설령 매각 당시에는 처분의 고의가 부정된다 하더라도, 수령한 매매대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 소비했다면 그 매도대금에 대하여 별개의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특히 유념하셔야 할 점은, 해당 처분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종중의 재정 확보나 공익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횡령죄의 성립 자체는 배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처분 이후 종중총회에서 사후 추인 결의를 얻었거나, 임의 소비했던 대금을 사후에 종중 계좌로 전액 변제·반환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범죄가 무죄로 바뀌지는 않으며, 단지 양형 참작 사유로만 고려될 뿐입니다.



실무상 수반되는 추가 범죄 혐의

 종중재산 무단 처분 사건에서는 횡령죄 단독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죄목들이 함께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대폭 가중됩니다.

1.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 : 횡령한 재산의 가액(부동산 시가 또는 매각대금)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특경법이 적용되어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되며,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2. 사문서위조죄 및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 : 대표자가 아님에도 대표자 자격을 사칭하여 회의록 등에 서명·날인한 경우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가 성립하며, 종원들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위임장을 위조한 경우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합니다.

3.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 위조된 서류나 무효인 총회 결의를 바탕으로 등기소 공무원을 기망하여 부동산 등기부에 허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게 만든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실무상 반드시 함께 기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