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Legal Insights
종중땅 매수 후 매매계약 무효소송을 당했을 때 대처법 [원인무효 요건과 매수인 구제방안]
[법무법인 현 종중전문변호사 김용일]
종중땅을 매수하여 매매대금을 완납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사후에 종중 측에서 “종중재산 처분 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매계약이 무효”라며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해 오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종중 입장에서는 무단 처분된 종중재산을 되찾겠다는 취지이지만, 정당하게 대금을 지급한 매수인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땅을 빼앗기게 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종중땅 매매가 무효가 되는 구체적 요건과 함께, 소송을 당한 매수인이 취할 수 있는 실무상 구제방안을 상세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종중재산 처분의 유효 요건과 강행규정 위반의 효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종중(문중) 소유의 재산은 종원 전체의 ‘총유(공동소유)’에 속합니다. 따라서 그 관리 및 처분(매매, 증여, 담보제공 등)에 관하여는 종중규약에 정한 바가 있다면 그에 따라야 하고, 규약에 정함이 없다면 반드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만일 종중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종중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종중재산의 처분행위는 강행규정 위반으로서 원천 무효가 됩니다.
주의할 점은 우리나라 법제상 부동산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매수인이 종중 내부의 절차적 흠결을 전혀 알지 못했던 선의라 하더라도 실체 권리관계상 보호받지 못하며, 매수인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다시 매수한 제3자(전득자)가 있더라도 그 제3자의 등기까지 모두 무효로 말소됩니다.
또한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해당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 역시 무효가 됩니다. 담보 설정 역시 물권적 처분행위에 해당하므로, 종중이 직접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든, 매수인이 토지를 취득한 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든 간에 종중총회 결의가 무효로 밝혀지면 금융기관의 근저당권설정등기 역시 원인무효로 말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종중땅 매매가 무효로 판정되는 3대 실무 유형
1. 종중총회 결의가 부존재하거나 서류가 위조된 경우
실제로는 종중총회 결의 자체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조된 총회 회의록을 매매계약서에 첨부하여 거래를 진행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권한 없는 자의 무권대리 행위이자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므로 해당 계약은 절대적 무효가 됩니다.
2. 소집통지 누락 등 총회 결의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총회를 개최하기는 하였으나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종중총회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 파악이 가능한 모든 성인 종중원(여성 종원 포함)에게 빠짐없이 회의 목적사항을 명시하여 개별 소집통지를 발송해야 합니다. 만약 여성 종원이나 특정 계파 종원들에게 소집통지를 누락한 채 일부 종원들만 모여 결의했거나, 정당한 소집권자가 아닌 자가 소집한 총회에서 체결된 매매계약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3. 총회 결의 없이 ‘종중 이사회 결의’만으로 처분한 경우
규약에 “종중 부동산의 매도는 총회 의결사항”이라고 명시되어 있다면 이사회 결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대로 “종중재산의 취득·처분·관리 및 매매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의결사항”이라고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면, 이사회 결의가 총회 결의를 대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인 결의시 유효하게 됨
다만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총회 결의가 없었거나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후에 적법한 절차를 갖추어 소집된 종중총회에서 해당 매매계약을 ‘추인(追認)’하는 결의를 마친다면 그 매매계약은 소급하여 유효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매수인 입장에서의 단계별 실무 대응전략
종중으로부터 소유권말소등기청구 소장을 송달받았다고 해서 매수인이 무조건 땅을 내어주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수인은 다음과 같이 단계별 법적 방어 및 구제수단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1단계 : 소송 요건에 대한 선제적 방어 (소 각하 유도)
소송의 실체적 진위를 다투기에 앞서, 원고로 나선 종중의 소송 요건부터 파고들어야 합니다. 소송을 제기한 대표자가 적법한 총회에서 선출된 유효한 대표자인지, 그리고 ‘이번 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한 총회 결의’가 유효하게 존재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소송 제기를 결의한 총회 역시 소집통지 누락 등의 하자가 있다면, 법원은 본안 판단 없이 종중의 소송을 ‘부적법 각하’하므로 매수인은 당장 등기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2단계 : 종중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매매대금이 종중 명의 통장으로 입금되는 등 종중에 실질적으로 귀속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매수인은 종중을 상대로 매매계약 무효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자신이 지급했던 매매대금 원금 전액과 법정이자 상당액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10년)
3단계 : 종중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민법 제35조 제1항 유추적용)
만약 종중 대표자가 매매대금을 종중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착복·횡령하여 종중에 귀속된 돈이 없다면, 종중은 수령한 금원이 없으므로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이때 매수인은 민법 제35조 제1항(법인의 불법행위책임)의 유추적용 법리를 활용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종중 대표자가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대표자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거나 법령에 위배된 행위라 하더라도 외관상·객관적으로 직무에 관한 행위로 인정된다면 종중 역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총회 결의서나 정관을 확인했더라면 무권한 처분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종중의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될 수 있고(대법원 2005다34711 판결), 중과실에 이르지 않더라도 부주의가 인정되면 과실상계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으므로 매매 당시 매수인의 선의·무과실 정황을 철저히 입증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