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Legal Insights
개인 명의로 등기된 종중재산, 명의신탁으로 인정받으려면
[법무법인 현 부동산·종중전문변호사 김용일]
오래된 종중재산 중에는 종중 명의가 아니라 종중원 개인 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토지가 적지 않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종중이 “실제로는 종중이 취득한 종중재산이고, 편의상 종중원에게 명의만 맡겨둔 것”이라며 명의신탁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종중이 존재하고 종중원들이 해당 토지를 오랫동안 종중땅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명의신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중 명의신탁 소송에서는 토지를 누가 취득했는지, 왜 특정 종중원 명의로 등기했는지, 이후 누가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비용을 부담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실제 종중재산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종중재산의 취득자금과 등기경위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해당 토지의 최초 취득경위입니다.
종중 회비나 기존 종중재산의 매각대금 등 종중 자금으로 토지를 매수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종중 소유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왜 개인 명의로 등기했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등기명의자가 당시 종중 대표자나 종손, 재산관리자였는지, 비슷한 시기에 취득한 다른 종중재산도 여러 종중원 명의로 분산하여 등기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다른 종중재산이 동일한 방식으로 개인 명의로 등기되었다가 나중에 종중 앞으로 이전된 사실이 있다면 문제된 토지의 명의신탁 경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종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할까
고유한 의미의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등을 목적으로 후손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집단이므로 반드시 창립총회를 개최하거나 규약을 만든 때부터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종중규약과 종원명부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수십 년 전 문제된 토지를 종중이 실제 취득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토지를 취득하고 개인 명의로 등기할 무렵에도 종중이 실질적으로 활동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중요합니다.
당시의 제사와 분묘관리 자료, 종중 회의자료, 다른 종중재산의 취득·관리 기록 등이 과거 종중의 실체와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종중재산을 실제 누가 관리했는지도 살펴본다
토지를 취득한 이후 실제로 누가 소유자처럼 관리해 왔는지도 중요한 판단자료입니다.
종중에서 토지의 사용이나 임대를 결정하고, 선산이나 분묘를 관리하며 그 비용을 부담했다면 종중재산이라는 주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임대료나 사용료, 일부 토지의 매각대금이나 수용보상금 등이 종중에 귀속되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중총회나 임원회의 회의록, 오래된 종중재산 목록과 회계장부에 문제된 토지가 계속 종중재산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역시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재산세와 등기권리증이 개인 명의라면 어떻게 볼까
등기명의자가 장기간 재산세를 납부하고 등기권리증도 보관했다면 개인 소유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명의신탁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산세는 개인 앞으로 부과되었지만 실제 재원은 종중에서 나왔을 수 있고, 명의자가 종중재산 관리자로서 다른 종중땅의 등기권리증까지 함께 보관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가 세금을 납부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자금출처와 종중과의 정산관계를 확인하고, 등기권리증 역시 명의자가 어떤 지위에서 보관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오래된 자료일수록 소송 전에 찾아볼 필요가 있다
종중 명의신탁 사건은 수십 년 전의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매매계약서나 금융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오래된 종중 회의록과 재산목록, 회계장부, 재산세 자료, 다른 종중재산의 등기자료, 토지수익의 사용내역 등을 폭넓게 조사해야 합니다.
특히 분쟁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작성된 문서에 해당 토지가 종중재산으로 표시되어 있다면 소송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료와는 증거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용일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개인 명의로 등기된 토지를 종중재산이라고 주장하는 명의신탁 소송에서는 “옛날부터 우리 종중땅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토지의 최초 취득자금과 등기경위, 명의자의 종중 내 지위, 당시 다른 종중재산의 등기형태, 종중 회의록과 재산목록, 분묘와 선산의 관리, 재산세와 관리비용의 부담, 임대료나 보상금의 귀속, 등기권리증의 보관경위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개별 증거 하나보다 여러 자료가 서로 모순되지 않고 종중의 실질적인 소유라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는지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취득자금은 명의자 개인이 부담하고 세금과 관리비도 개인이 계속 지급했으며 토지수익 역시 개인에게 귀속되었다면 종중 명의신탁 주장에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개인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을 종중재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등기명의 자체보다 토지의 취득부터 현재까지 누가 실질적인 소유자로서 취득하고 관리해 왔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얼마나 일관되게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