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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유언장이 무효인 경우, 사인증여로는 효력이 인정될까
[법무법인 현 상속전문변호사 김용일]
부모가 직접 작성한 문서에 “내가 사망하면 이 부동산은 특정 자녀에게 준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적혀 있더라도 그 문서가 언제나 법률상 유효한 유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언은 작성자가 사망한 뒤 효력이 발생하고 그때는 작성자에게 진의를 다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민법에서 정한 엄격한 방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필유언장이 형식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된 경우, 그 문서를 사인증여로 보아 재산을 받을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지만, 자필유언장이 무효라고 해서 당연히 사인증여로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필유언장은 법에서 정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하는 등 민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따라서 부모가 직접 작성한 문서이고 누구에게 어떤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가 명확하더라도 법정 방식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자필유언장으로서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상속분쟁에서 자필유언장이 발견되었다면 내용부터 볼 것이 아니라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형식요건을 모두 갖추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자필유언장이 무효이면 사인증여로 인정될까
유언이 무효가 되면 재산을 받기로 한 사람은 “유언으로는 무효이더라도 사인증여로는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언과 사인증여는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유언은 유언자가 단독으로 하는 의사표시인 반면,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사망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입니다. 따라서 증여자의 의사뿐만 아니라 재산을 받을 사람의 승낙, 즉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부모가 혼자 자필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 부모와 특정 자녀 사이에 사인증여계약까지 성립했다고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인증여계약은 무엇으로 입증할까
사인증여가 성립했는지를 판단할 때는 문서의 내용뿐만 아니라 작성과 전달 경위, 부모와 자녀 사이의 생전 대화 등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당 문서를 직접 보여주거나 전달했는지, 사망하면 특정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지, 자녀가 이를 알고 승낙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자메시지나 녹취, 가족들의 진술, 문서의 보관 경위 등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가 혼자 작성하여 보관하던 자필유언장이고 재산을 받기로 한 자녀가 생전에 그 존재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 사인증여계약에 필요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받기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앞선 재판에서 사인증여가 부정됐다면
같은 재산과 자필유언장을 둘러싸고 이전 민사소송에서 사인증여 성립 여부가 이미 다투어진 경우에는 앞선 소송의 내용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앞선 확정판결에서 사인증여가 인정되지 않았다면 이후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동일한 문서를 근거로 다시 사인증여를 주장할 때는 앞선 재판에서 무엇이 쟁점이 되었고 어떤 증거를 토대로 판단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김용일 변호사의 실무 포인트
자필유언장이 무효라고 판단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재산을 받을 방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반대로 “유언이 무효이면 사인증여로 인정받으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먼저 자필유언의 법정 형식요건을 검토하고,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면 그다음 단계에서 사인증여계약이 별도로 성립했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사인증여에서 중요한 것은 문서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피상속인과 수증자 사이에 실제로 “내가 사망하면 이 재산을 증여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입니다.
따라서 자필유언장이 무효인 경우에는 문서 자체뿐만 아니라 작성·전달 경위, 생전 대화, 수증자의 승낙 여부 등 객관적인 증거를 종합하여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